몸과 마음의 건강관리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요즘 '건강'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되짚고 있다. 어쩌면 내 삶에서 지금만큼 건강에 소홀했던 적이 있었나 싶은데, 식탁 한편에는 각종 영양제 병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몇 달 전만해도 이런 것들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게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마치 보이지 않는 강물에 떠밀려가듯, 별다른 생각 없이 그것들을 물과 함께 삼킨다.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건강 챙겨야지" 주변의 걱정 어린 말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솔직히 한 달 전의 내게는 그 말들이 와닿지 않았다. 건강이 왜 중요한지, 내가 오래 사는 것이 나에게 어떤 좋은 일인지, 그 물음들 앞에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미래는 불투명하게 보였고, 지금 이 상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지 의심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서 나는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막막함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계속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빠르게 자라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그 생각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건강 관리는 이제 내가 적극적으로 해내야 할 한 가지 목표가 되었다.
사실 몸의 안녕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했던 것은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었다. 한때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무거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세상의 평범한 소리들이 전부 날카롭게만 들렸다.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이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우울'의 언저리에 있는 감정들이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급한 마음에 심리 상담을 받았고, 그곳에서 막막함을 덜어낼 몇 가지 방법을 얻었다.
그중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신기하게도,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잠시 멈췄다. 시끄럽던 어느 공간에서 홀로 갑자기 고요함을 느끼는 것처럼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지옥 같았던 마음도 고요해지고, 마음 어딘가에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이 감돈다. 이것이 글이 내게 준 첫 번째 선물이었다.
두 번째 선물은 감정의 복잡한 매듭을 풀어 시작된 곳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지금 느끼는 감정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발목 잡힐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안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의 감정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흐릿한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상처 난 곳을 알아야 약도 바를 수 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영양제를 먹기 시작한 때와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때가 비슷한 시기였음을 깨닫는다. 몸과 마음, 두가지를 위한 나의 노력들이 같은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한 달 전 나의 발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정말 이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기도 한다. 이게 맞는건지, 혹시나 애써 쌓아 올린 것들이 다시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지, 그런 불안감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면 아직 나에게 온전한 하루살이가 버거운 과제처럼 느껴진다. 영양제를 먹어도 피곤함은 쉽게 가시지 않고, 내가 매일 밤 써내려가는 글의 행간 어딘가에는 털어내지 못한 우울의 그림자가 얼룩처럼 묻어있다.
어떻게든 살고 싶어 양손에 '영양제'와 '글쓰기'를 꽉 쥐고 있는 지금, 시간은 날 어떤 미래로 데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