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돌아보면서...

나는 무엇을 했었나

by 낭만피셔

추석 연휴가 끝나니 10월이 훌쩍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이번 달도 딱히 행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내가 느낀 감정보다는 실제로 '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려 한다.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 자체에 의미를 둘만 하지 않을까?


나의 취미 생활에는 사이클이 있다. 갑자기 이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시기, 갑자기 책을 많이 읽는 시기, 영화를 많이 보는 시기, 혹은 드라마에 빠져사는 시기 등. 계절의 순환처럼, 하나의 영역에 집중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영역으로 옮겨간다. 올해는 취미 생활을 아예 못하고 흥미를 잃은 채 지냈는데, 10월부터 조금씩 극장을 찾아서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 달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세 편, <얼굴>, <어쩔 수가 없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다.


간단하게 이 세 영화에 대한 관람 평을 남겨보려 한다.


일단 연상호 감독의 <얼굴>부터. 내가 느끼는 연상호 감독은 정말 엄청난 워커홀릭이다. 드라마, 영화를 합쳐 거의 매해 한 편 이상은 새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그만큼 다작을 해서 그런지 작품의 편차도 꽤 큰 편이다. 예전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의 날카롭고 차가운 감성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최근작들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예전의 그 느낌이 보여서 꽤 괜찮았다. 어떤 작품이든 난 작품 안에서 사회적 약자가 무방비하게 학대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내용일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다음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사람들의 반응을 좀 봤는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다. 대중적인 영화라고 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건 박찬욱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영화에 자신의 색깔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주인공 '만수'가 죽이려는 세 사람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만수가 직장을 얻기 위해서 결국 자신의 자아(Ego)를 거세하는 결정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마지막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너무 좋아하는 입장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장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가 막힐 정도로 좋은 영화였다.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썼을까. 너무 많은 장르의 이야기들이 아주 제대로 섞여 있었다. 코미디, 휴머니즘, 액션까지. 마지막 카체이싱 시퀀스는 정말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이었다. 솔직히 이전 영화들은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이 영화만큼은 누가 봐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중성과 깊이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외에, 취미 생활을 다시 시작한 또 하나의 영역이 바로 필름 카메라다. 필름값, 현상 및 스캔값이 부담스러워서 잠시 접어두고 있었는데 지금의 이 시간과 감각을 좀 더 제대로 담아보고 싶어서 다시 꺼냈다. 아이의 모습도 찍어보고 지금의 풍경들도 좀 찍어보고 있다. 언젠가 이 사진들을 봤을 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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