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한 지 올해로 28년이 됐다. 1998년. 인천을 포함해 강원도까지 연고지로 뒀던 현대 유니콘스가 왕조를 시작하던 해였다. 지금은 강원도에 연고 구단이 없지만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야구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환경. 무엇보다 현대는 강했다. 우승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 야구는 즐거운 것이었다.
찬란했던 왕조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구단의 파산. 그리고 히어로즈의 재창단. 나는 자연스럽게 히어로즈를 따라갔다. 모기업도 없이 출발한 구단이었지만,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난 그걸 몰랐다. 이때 야구를 끊었어야 했다. 2008년부터 몇 년간은 정말 힘들었다. 단순히 성적 문제가 아니었다. 눈 깜짝하면 사라지는 선수들을 보며 야구 본 것을 후회한 날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좋은 선수들 덕분이었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한 구단에서 이런 선수들이 연달아 나오다니. 구단의 안목인지, 운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구단이 꽤나 능력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아닌 것 같다. 선수들의 개인 역량으로 터져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괜찮은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2026년. 나는 다시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구단에 돈이 없다. 강제로 리빌딩을 시작한 것, 코치의 숫자가 부족한 것. 주전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것.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히어로즈는 태생부터 재정 문제를 안고 출발했고, 그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구단은 어쩔 수 없이 유망주를 끌어모으고, 어쩔 수 없이 코치를 줄이고, 어쩔 수 없이 성장한 선수들을 내보낸다. 10개 구단 중 코치 수가 가장 적은 팀이 육성을 말한다. 아이러니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더 답답한 건 구단이 이 악순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이 데뷔하자마자 터져버리니, 19살 유망주를 1군에 던져 넣으면 누군가 나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당시 그 선수들이 일찍 완성될 수 있었던 건 재능 때문만이 아니었다. 당시엔 지금보다 코치진이 괜찮았고, 제대로 된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으며, 팀의 분위기가 달랐다. 지금 환경에서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로또 1등을 바라며 매주 복권을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 당첨이 되지 않는 건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인데.
팬으로서 냉정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 선수가 한 번씩 반짝이는 날이면 괜히 기대를 품게 된다. 그러나 그 기대가 매번 같은 자리에서 꺾인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구단의 재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성적이 잠깐 오른다 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해결책은 매각뿐인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요즘엔 이따위로 구단 운영하는 걸 보면 해체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
야구 보는 것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