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의 문장. 인간은 유아기를 거치며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욕망이 나의 욕망으로 치환되는 과정. 이 패턴은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된다. 친구나 직장 동료, 세상의 시선에 좌표를 맞춘 채 표류하는 삶.
왜 진짜 나의 욕망은 온전히 만져지지 않을까. 아주 어릴 적부터 내면화된 타자의 시선 때문일까. 사회라는 거대한 목소리는 항상 우리의 근원적인 욕망을 억누르라 요구한다. 그들이 정해놓은 몇 가지의 정답들. 우리는 우리의 진짜 욕망을 원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핍을 느끼고, 그 빈자리를 타자의 인정으로 메우려 애쓴다.
사회가 요구하는 퀘스트.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집. 타자의 욕망이 유일한 진리처럼 군림할 때, 우리 삶의 다른 가능성들은 하나둘씩 사라진다. 라캉의 말을 알기 전부터 나는 부모와 학교,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려 했다. 거창한 철학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주 단순한 반항이었다.
그런데 지금, 문득 헷갈린다. 나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은 정말 분리되어 있을까.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다 보면 사회의 욕망이 자연스레 혈관으로 스며든다. 이제는 내가 타자의 욕망을 쫓는 수준을 넘어, 내 존재 자체가 그 욕망의 결정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매번 나는 '타자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느새 남들과 똑같은 길 위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 내가 움켜쥔 욕망은 타자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