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커플이었는데....
내 여자친구 김양.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던 어느 날 그분은 나에게 영화를 물어봤다.
"영화 추천해주세요"
난 사실 영화 추천해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영화를 어떻게 추천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상대방이 좋아할지도 모르니.
그리고 나에게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정말 봤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편하게 좀 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줘도 될 텐데. 스릴러나 뭐 그런 것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같은 영화를 추천한다. 그분에게도 그랬다.
"'멋진 하루' 엄청 재밌어요"
나에겐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다. 그동안 영화를 추천했던 다른 말들처럼. 그냥 흘러갈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일요일 밤 그분에게 카톡이 왔다.
'멋진 하루'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내가 그냥 흘려보낸 말을 그분이 잡았다.
그리고 지금 그분은 김양이 됐다.
내 남자친구 송군.
부산까지 내려갔음에도 바다는 코빼기도 보지 않고 영화만 온종일 몇 날 며칠 봤다는 영화광.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다가도 자신의 취향을 말할 때만큼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좋았다.
요즘 듣는 노래. 힘들 때 들었던 노래. 지금 생각나는 노래. 장르불문. 반전주의.
어딜 가든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하늘을 찍고 거리를 찍고 음식을 찍으며 술보다는 커피를 좋아하는 그가 좋아졌다.
나를 발견한 순간 삐져나오는 웃음을 집어넣느라 씰룩거리는 표정을 볼 때면 엄청 놀리고 싶지만 참는다. 매번 보는 표정이지만 귀엽다고 느낀다.
말이 아닌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바로 내 남자친구 송군.
우린 술보다 커피를 좋아한다.
(김양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
(근데 자주 못 봄..)
그리고 사진을 좋아한다.
필름 사진을 좋아한다. 카페를 가고 밥을 먹을 때 필름 카메라로 기록을 남긴다.
지금부터 쓰일 글들은 우리의 일기 같은 글들이다.
그리고 필름 사진들.
우리가 만난 1년 3개월 동안의 추억들이고, 앞으로도 남겨질 기록들이다.
Written By. 낭만피셔
Photo By. 낭만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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