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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피셔 Mar 11. 2018

결국 봄, 강릉 당일치기 여행

안목해변 + 봉봉 방앗간

작년부터 김양은 강릉을 가고 싶어 했다.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 바다를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강릉을 가고 싶은 건지 몰랐지만, 조만간 가자고 했다. KTX도 생겼으니까. 언제 갈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봄쯤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겨울은 너무 추웠고, 평창올림픽이 열려서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엄두가 안 났다. 보통 강릉 가려면 3시간은 투자해야 했으니. KTX의 존재가 실감이 안 났다.


난 종종 충동적이고 즉흥적일 때가 있는데, 이번 강릉 당일치기도 그랬다.

갑자기 강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양은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은 표정을 아주 잠깐 보였지만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4일 뒤 우린 강릉으로 가는 KTX 안에 있었다.



김양은 두부를 좋아한다. 우리는 가장 먼저 강릉 유명 맛집이라는 순두부집으로 향했다. 가게에는 두 종류의 순두부찌개가 있었다. 빨간 순두부찌개와 하얀 순두부찌개. 김양은 둘 다 맛있게 먹었지만, 난 둘 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우린 대체적으로 입맛이 비슷한데, 극과 극으로 다른 부분들이 있다. 김양은 두부를 좋아하지만 난 좋아하지 않는다. 난 카레를 좋아하지만 김양은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두부와 카레를 같이 먹는 날은 없지 않을까.



두부를 먹고 우리는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3월 초라서 춥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주 따뜻했다. 햇살도 좋고 미세먼지도 없었다. 우린 정말 날을 잘 잡았다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202호는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김양은 하루 종일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런 답도 안 했나?

사진도 좀 찍고, 동영상도 좀 찍고, 사람 구경도 좀 하고, 바닷가에 있었다. 평소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막상 바다에 가면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택시기사 아저씨 말대로 정말로 바다가 집이 되면 아무런 감흥이 없어지겠지만.



우리에겐 가고 싶은 곳들이 있었다. 바다는 당연했고, '봉봉 방앗간'이라는 카페였다.

'봉봉 방앗간'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때문에 알았다.

특히 카페 앞에서 김민희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렇고 김양도 그렇게 생각했다. 알고 보니 강릉에서 꽤 유명한 카페였다고. 사실 그전에 개인적으로 어디서 들어 본거 같기도 한데, 기억이 안 나서.. '봉봉 방앗간'은 명주동에 있다.

'봉봉 방앗간'보다 기억에 남는 건 명주동 분위기였다. 그냥 동네에 있는 유명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골목 분위기가 괜찮았다. 주말인데도 조용하고, 음악도 나왔다. 이쁜 카페들도 몇 개 더 있는 것 같고.



'봉봉 방앗간'은 내가 좋아하는 복층 카페다.

1층은 아기자기하고 평범한 카페 느낌. 2층은 갤러리 카페 느낌. 특히 2층이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뭔가 느낌이 다르다. 우린 그곳에서 여러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커피 맛을 보고 피곤해했다. 저녁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유명한 수제 버거를 먹기로 했지만, 결국 먹지 않았다.



KTX 덕분에 앞으로 강릉 당일치기가 더 쉬워질 것 같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한번 더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좀 다른 곳을 가봐야지.

순두부 말고 카레를 먹어볼까? 회 대신 수제버거는 어떨지..?

Written By. 낭만피셔
Photo By. 낭만피셔
Instagram : @romanticp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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