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얼마나 단순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해결될 일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조언을 하게 될 때, 혹은 위로를 하게 될 때 난 늘 심플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아무리 많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해도 결국 가야할 길은 몇개 없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좋거나 싫거나. 단순하다.
"Simple is Best" 언젠가부터 내가 외치고 다니는 말이다.그리고 'Simple'이 날 점점 잡아먹는다.
어느 날, 글을 쓰려 펜을 잡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인생은 아름답다는 글을 쓰고 싶었던 나는 단숨에 한 문장을 써버렸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리고 멍해졌다. 더 무슨 말을 적어야할까? 아름다운 이유를 적어야하나. 아니면 내 인생에 대해 적어야하나.
억지로 억지로 글을 써갔지만 그 글은 '인생은 아름답다' 7글자 외에는 전부 짜내고 짜내서 나온 글들이었다. 이후 난 글을 쓸 때 망설여진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증상이 입으로 옮겨졌다. 말이 점점 줄었다. 누군가를 칭찬할 때, 사과할 때, 위로할 때 말은 점점 간단해졌다. "잘했어" "미안해" "괜찮아" 이런 단어를 내뱉고 할 말은 끝났다며 멀뚱히 서 있는 내게 상대방은 당황스러워했다.
"그게 다야?" 여기서 어떤 말을 더해? 당신의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들을 다시 한번 건드리며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어떤 말을 더해도 당신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을걸?
가끔 티비나 유튜브에서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본다. 어쩌면 저렇게 심플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많은 말을 조리 있게 끊기지 않고 말할까.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말을 잘했던 거 같은데. 그런데 좀 간단하게 하면 이해하기 편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 때, 내가 머뭇거리는 건 말을 거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였다는 걸 얼마 전 알았다. 무언가를 부탁해야 하는데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 다짜고짜 불러서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 이럴 땐 심플함이 독이다.
"Simple is Best"를 외치며, 내 글과 말처럼 삶도 심플해지고 싶었다. 그럼 인생 편하지 않을까. 만나고 떠나고. 태어났고 사라지고.
최근 들어 '산다는 것'이 힘들다고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출근하는 것, 그곳에 앉아있는 것. 모든 것들이 날 지치게 했다. 퇴사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했다. 이직을 해야 할까? 아니면 나 혼자 무언가를 시도해볼까.
습관적으로 난 심플해졌다. 어차피 사라질 거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런데 그건 틀린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은 단순해질 수 없다. 난 그렇게 단순할 수 없었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 자체로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라고.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 패턴. 다를 게 전혀 없는 하루하루에도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어제 나는 출근길 전철에서 영화를 봤고, 오늘은 웹툰을 봤다.
같은 시간 항상 점심을 먹지만 어제는 누군가와 함께, 오늘은 혼자 먹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제와 다른 삶을 산다. 단순하지만 우리의 삶 안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단순함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들.
나의 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게 되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게 될까. 내가 겪게 될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은 지워지지 않는 깊은 발자국으로 남을 것이다.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볼 때,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태어났고, 이제 떠난다" 그리고 난 그 안에 담긴 긴 발자국들을 다시 되돌아봐야지.
Written By. 낭만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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