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학생과 주식투자 고수의 공통점
필자는 가끔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물론 이 질문은 굳이 필자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주변 지인들에게 동일하게 질문을 던져보겠죠. 그래도 가끔 이 질문을 필자가 받게 되니, 필자는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보는 필자의 이미지는 긍정적(?)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주식시장에서 오래 생존해있다 보니 '오래 살아남아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신뢰할 수 있나 봅니다.
사실 필자도 '20 대 80' 법칙에 의하면 후자에 속합니다. 그리고 필자는 여전히 '투자 진행형'이기 때문에 성과가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식투자는 평생투자라는 말도 있으니 투자 성과를 오늘까지 딱 끊어내고 '성공했다', '실패했다'를 논하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면 올 초부터 꾸준히 주가가 올라 거의 열 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에코프로(종목코드 : 086520)를 2023년 올해 1월 2일 새해 증시 첫 영업일 종가에 매수(1월 2일 종가 110,000원)했다가 7월 20일 종가에 매도(1,083,000원)했다면 무려 984.55%의 수익률을 거두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 기간 동안만 주식투자를 하고 이후부터는 투자를 중단한다면 이 투자자는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결과'가 나왔겠죠. 다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주식투자자라면 이전부터 보유 중인 종목이 아직 계좌에 남아있다거나, 아니면 현재 주식계좌에 보유종목들을 모두 매도해서 정리하고 쉬고 있는 투자자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쉬고 있다'는 것도 일종의 투자이며,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주식투자에서 성공했다, 아니다를 논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만약 현재 손실 중인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훗날 해당 보유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수익권으로 전환, 그 이후 생각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되어 '은퇴'를 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읽어왔던 수많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들을 통해, 뛰어난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알려진 위대한 투자자는 백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위대한 투자자들이 강조하는 투자법들은 이미 널리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주식투자에서 '내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주식투자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장기투자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모두 이들처럼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워런 버핏은 2023년 현재 1930년생(94세), 찰리 멍거는 1924년생(100세) 이거든요. 그리고 워런 버핏은 스스로가 운이 좋았다고 합니다. 만약 워런 버핏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주식투자를 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마 필자의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지금 살고 있는 현재(또는 가까운 미래)에 성과가 좋게 나오기를 원하지, 90세가 넘은 나이에 성공해서 부(富)를 누리길 바라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기에 '부(富)의 혜택'을 누리며 살기를 바라죠. 게다가 한국인들의 종족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빨리빨리' 심리 DNA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존재하는 한 말이죠.
한편 우리는 이 '빨리빨리 DNA'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역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이 장점은 앞으로 언급할 '주식투자를 잘하는 방법'에 응용할 수 있죠. 다만 주식투자를 잘하는 방법이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잘 내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투자하면서 큰 실패를 겪지 않고 지내왔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우리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매년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급우'로 두면서 지내왔습니다. 인지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전국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들 학생들의 공통점은 또래 학생들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질문에 대한 설명을 잘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학업성적이 낮은 친구들에게도 말이죠. 전교 1등인 자신이 전교 2등에게 설명하는 것과, 전교 꼴등에게 설명하는 것에서는 후자가 더 어렵긴 했지만 전교 꼴등에게는 그에 맞게 쉽게 설명해 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설명해 주면서 중간에 막히는 부분은 후에 스스로 찾아보면서 막혔던 부분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었죠.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중장기 투자자라고 생각하건 아니면 단기(매매) 투자자라고 생각하건 간에, 일단 자기 자신에게 특정 종목에 투자(매수)한 이유를 설명해 보고 이를 막힘없이 수행(?)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같이 투자하는 지인들에게도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캔들 형성의 원리와 이평선의 원리, 거래량에 대해서 설명할 준비도 되어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선 각종 보조지표 및 최근 뉴스나 공시내용, 매 분기마다 나오는 각 기업 분기보고서를 보고 이를 이해하고 주변에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만 향후 특정 종목의 주가가 어디까지 오른다, 어디까지 내려갈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이는 향후 주가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타인에게 주식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해 주면서 혹시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따로 메모해서 필히 후에 모르거나 막히는 부분을 찾아 추가공부를 해나가길 바랍니다. 이럴때 '빨리빨리 DNA'를 작동시키면 효율적이겠죠! 자신의 머릿속으로만 아는 투자 지식은 진정한 투자 지식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어린 자녀들에게도 양봉과 음봉, 이평선, 거래량 개념에 대해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을 정도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배운 것이 많고, (투자) 경험이 많아질수록 투자자는 점점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을 보낸 당시 공부 잘했던 학생들 대부분 겸손하였을 것이고, 현재 위대한 투자자 중의 한 명인 워런 버핏도 항상 겸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평소 겸손한 습관이 몸에 깃든 것이기도 하지만 과신(overconfidence) 하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 수단으로도 택한 것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