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의 기록 | 노오란 조명

역시 조명빨 아니겠어요?

by 로미로부터


지금 내 방에 살게 된 지, 벌써 17년째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 집으로 이사 와서 난생처음으로 생긴 나의 공간이었고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빠가 맨날 제발 좀 나가라고 한다. 아빠 미안.. 서울 너무 비싸요..)


그래서 참 학생 때의 흔적이 많았다. 큰 책상과 책장이 있었고,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로 그 책상은 화장대가 되었고 혹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곳이 되어서 더 이상 앉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래 저렇게 지저분한 풍경이었다..


치우고 싶어도 너무 큰 일이라서 함부로 시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방치하고 살다가 직장인이 되었고, 갑자기 부장님이 4일 정도 휴가를 써도 된다길래 그 기간에 뭐할까 고민하다가 내 방 리모델링이나 해보자 하고 휴가 첫날 학동역에 가서 페인트 두 통을 사 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있던 책장과 책상,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은 과감히 버렸다.


그리고 장장 이틀에 걸친 페인트 작업이 진행되었다. 4면이니 하루에 2면씩 칠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도배에 비하면 훨씬 편했고 우리 아빠도 반신반의하시더니 완성된 벽면을 보고 “오~ 잘했네.” 하셨다. (투잡 할까..?)


라디오 들으면서 하루종일 붓질을 했다


그리고는 침대를 샀다. 수납공간까지 갖춘 침대는 결혼해서 금방 나갈 수도 있으니까 저렴한 걸로 샀는데 벌써 5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는... 슬픈 일..


27년동안 바닥에서 자다가 처음으로 침대를 구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 게 바로 책상과 조명이었다.



직장인인 나에게는 잠시 머물 조그만 공간과 화장대 역할을 할 미니 책상이 필요했고, 딱 침대를 의자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에 책상을 어렵사리 찾아 테트리스를 하듯 맞춰 넣었다. (그 희열이란!) 그리고 노오란 조명을 샀다. 아늑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노오란 조명을 키는 순간 내 감성도 스위치가 켜지는 기분이다. 소개팅에서도 분위기 좋은 곳 치고 흰 조명이 있는 곳이 없지 않은가. 약간 노오란 불빛은 사람을 감성 넘치게 해 준다.



조명만 켜면 다른 세상~


덕분에 나는 내 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잠만 자고 옷 갈아입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여기서 일기도 쓰고,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런다. 이 조명 하나로 머물고 싶은, 마음 편한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노오란 조명 아래서 쓴다. 흰 조명 아래서는 글쎄.. 엑셀 작업은 잘할지 몰라도 이런 글은 잘 써질 것 같지 않다.


따뜻한 색 = 노란색, 그리고 노오란 조명.

하루 종일 딱딱해진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색과 분위기.

두 번째 따뜻함은 바로 이 노오란 조명으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