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조명빨 아니겠어요?
지금 내 방에 살게 된 지, 벌써 17년째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 집으로 이사 와서 난생처음으로 생긴 나의 공간이었고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빠가 맨날 제발 좀 나가라고 한다. 아빠 미안.. 서울 너무 비싸요..)
그래서 참 학생 때의 흔적이 많았다. 큰 책상과 책장이 있었고,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로 그 책상은 화장대가 되었고 혹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곳이 되어서 더 이상 앉지 않는 공간이었다.
치우고 싶어도 너무 큰 일이라서 함부로 시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방치하고 살다가 직장인이 되었고, 갑자기 부장님이 4일 정도 휴가를 써도 된다길래 그 기간에 뭐할까 고민하다가 내 방 리모델링이나 해보자 하고 휴가 첫날 학동역에 가서 페인트 두 통을 사 왔다.
그리고 장장 이틀에 걸친 페인트 작업이 진행되었다. 4면이니 하루에 2면씩 칠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도배에 비하면 훨씬 편했고 우리 아빠도 반신반의하시더니 완성된 벽면을 보고 “오~ 잘했네.” 하셨다. (투잡 할까..?)
그리고는 침대를 샀다. 수납공간까지 갖춘 침대는 결혼해서 금방 나갈 수도 있으니까 저렴한 걸로 샀는데 벌써 5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는... 슬픈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 게 바로 책상과 조명이었다.
직장인인 나에게는 잠시 머물 조그만 공간과 화장대 역할을 할 미니 책상이 필요했고, 딱 침대를 의자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에 책상을 어렵사리 찾아 테트리스를 하듯 맞춰 넣었다. (그 희열이란!) 그리고 노오란 조명을 샀다. 아늑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노오란 조명을 키는 순간 내 감성도 스위치가 켜지는 기분이다. 소개팅에서도 분위기 좋은 곳 치고 흰 조명이 있는 곳이 없지 않은가. 약간 노오란 불빛은 사람을 감성 넘치게 해 준다.
덕분에 나는 내 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잠만 자고 옷 갈아입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여기서 일기도 쓰고,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런다. 이 조명 하나로 머물고 싶은, 마음 편한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노오란 조명 아래서 쓴다. 흰 조명 아래서는 글쎄.. 엑셀 작업은 잘할지 몰라도 이런 글은 잘 써질 것 같지 않다.
따뜻한 색 = 노란색, 그리고 노오란 조명.
하루 종일 딱딱해진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색과 분위기.
두 번째 따뜻함은 바로 이 노오란 조명으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