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h Sides Now
휴일 아침, 영화채널에서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배우 윤여정이 트로이 코처에게 남우조연상을 시상했던 그 영화 ‘코다( 2021, CODA, Children of deaf adult)를 보았다. 주인공 루비 로시(에밀리아 존스)가 우여곡절 끝에 버클리 음대 오디션장에서 부른 ‘Both Sides Now’(Joni Mitchell)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그린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영국 BBC 방송에서 보도한 “한국이 다시 한번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깼다. 한국 정치인들이 저출생 대책으로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는 효과가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라는 뉴스를 읽었다.
그 뉴스에 따르면 출산율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올해 4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라는 보고서에서 다음 두 가지 통설을 반박했다고 한다.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사회활동을 많이 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저출생은 젊은 세대의 고용·주거 불안 등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NBER의 새로운 보고서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가부장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은 올라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NBER은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엔 4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육아 노동 참여, 워킹맘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정부의 적극적인 가족 정책, 육아를 마친 남녀의 취업 문턱이 낮은 유연한 노동시장 등이다. MZ세대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멀고도 험한 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 정책은 정확한 저출산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정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많은 청년세대들이 그 정책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유사한 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했고 아무도 저출산 문제의 본질과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은 결과였다.
이번 조사 결과로 당장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가부장 문화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사실조차 인정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지금의 청년세대, MZ세대는 성장하는 동안 대개 세습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생활해왔다. 다시 말해 그들의 부모세대인 50,60,70대 여성들의 임신, 출산, 육아와 함께 독박 가사노동의 힘겨운 삶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면서 ‘비혼 또는 저출산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세습된 가부장적 삶 속에서 영화 코다의 노래, ‘Both Sides Now’의 가사처럼 삶의 두 가지 측면에서 공평하게 바라보지 못한 우리 사회와 꼰대 정치인들의 저출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똑똑한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 소리 없는 파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가끔은 막장 드라마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담은 ‘며느라기’(2022)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시대와 소통할 일이다.
문제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미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여러 개의 보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은 그 중요한 결정을 위해 내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당분간 저출산은 가속화될듯하다.
비록 늦었을지라도 우리는 그 노래 가사처럼 지금이라도 이제 삶을 여성, 남성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공평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걸 뒤로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때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누가 더 힘든지 따지지 말고 서로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볼 수 있을 때 그 벽을 함께 넘을 수 있다. 높은 벽은 그것을 함께 넘었을 때, 서로를 지키는 담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