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버티는 이 시간이 훗날 나의 서사가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by 봄날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봤다. 이미 그의 영화 중 ‘브로커’(2022), ‘어느 가족’(2018),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를 봤지만, 그의 또 다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아무도 모른다‘(2005)도 궁금했다. 회사생활을 마치고 ‘내일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지 말자’며, 적당히 게으르지만 나태하지 않게 살아가다 보니 이제야 그 두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슬라월드, 강릉


특히, 그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최애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2018) 마지막 회에서 막내인 기훈(송새벽)이 동훈(이선균)에게 하는 대사에 나온다.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가 있어. 엄마가 애들 버리고 가서 애들만 사는 영화인데 오분 보다가 꺼버렸어. 나 이 영화 마음 아파서 못 본다 했어. 다음날 다시 봤어. 보길 잘했다 싶더라. 애들은 나름 자기 힘이 있더라. 인간은 다 자가 치유능력이 있어. “라는 말이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플롯은 주인공 료타는 도쿄 중심가의 맨션에서 아들과 아내와 함께 대기업에 다니며 부유한 생활을 한다.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는 성공한 인물로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일중독에 시달리며

과거의 나처럼 ‘지금 버티는 이 시간이 훗날 나의 서사가 된다’는 신념으로 산다. 6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등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초당 성요셉 성당, 강릉


그는 아들을 면접 보고 들어갈 수 있는 전문학원에 보내고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등, 학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아들의 성장과 교육에 집중한다. 하지만, 어느 날 병원에서 그 부부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온다. 6년 동안 키운 아들이 자신의 실제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과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부활하는 소년 예수 십자가


그의 영화처럼 나 또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취업했고 일에 파묻혀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아이와 정서적인 교류는 차치하고 일에 지친 내 한 몸 돌보기에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영화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주인공의 디지털카메라에 아이가 몰래 찍어놓은 아빠의 사진은 모두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 모습, 아니면 아이와 놀아주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자는 모습 밖에 없었다.


솔올미술관(리차드 마이어 파트너스), 강릉


그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뒤늦게 주인공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매우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나 역시 뒤늦게 거울치료를 받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이어령 교수의 글처럼, 좋은 피아노를 사주고, 좋은 승용차에 태워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빠의 행복이자 능력이라고 믿었던 건 아닐까, 나 자신을 돌아봤다.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근무환경을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하는 청년세대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운다. 가정과 가까워지는 시간만큼 회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던 어느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비록 늦었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나의 사랑 그 자체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나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하루하루가 다 비슷해 보여도 다시 못 올 지난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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