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연은 힘주지 않아도 이어진다

사과나무 이야기

by 봄날


영화 ‘만약에 우리’를 봤다. 언젠가 보았던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에서 문가영 배우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겨울 내내 건조한 날씨 탓인지 메마른 감성을 일깨울 목적도 있었다. 또한, 그 영화의 원작인 중국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을 이미 봤기에 한국 감성으로 리메이크한 그 영화가 매우 궁금했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부르노 마스의 ‘when I was your man’의 가사처럼 슬펐고,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의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순천만 습지

그 영화의 대략적인 플롯은 다음과 같다. “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의지하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 두 사람은 어느새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연인으로 발전한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뜨겁게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두 사람은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다시 마주한 순간 은호는 정원에게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한마디를 꺼낸다. “만약에 우리...” (네이버)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을 이루고 성공한 모습으로 비친다. 물론 두 사람이 맺어질 수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긴 했지만, 문득 지난 여행에서 들었던 사과나무의 수분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밀양의 표충사를 둘러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밀양얼음골 사과를 파는 가게 앞에 멈추었다. 그때 어떤 어르신이 사과나무의 수분수에 대해 말했다. 그 두 주인공은 누가 수분수였을까. 진짜 인연은 힘주지 않아도 이어진다.



사과나무를 재배할 때 사과나무의 중간중간 그 사과나무와 품종이 다른 사과나무를 반드시 심어야 수분이 되고 좋은 사과가 열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듣는 얘기에 나는 그분께 진짜냐고 되물었다. 그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거짓이면 요즘은 검색의 시대이니 괜히 실없는 사람이 될 뿐이니까.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그 어르신께서 알려주었던 사과나무 이야기의 진실을 제미나이에게 확인했다.


청둥오리

그 진실은, 사과 과수원 중간에 다른 품종의 사과나무를 섞어 심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수분수(授粉樹)를 심는다고 한다. 자가불화합성 (자기 꽃가루로는 열매를 못 맺음), 즉, 사과나무는 대부분 자가불화합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같은 품종의 꽃가루가 자신의 암술에 붙었을 때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열매를 맺더라도 금방 떨어져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순천만국가정원

예를 들면, 부사(후지) 나무만 가득한 밭에서는 벌들이 아무리 돌아다녀도 부사 꽃가루만 옮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과가 열리기 어렵다. 다른 품종(수분수)의 꽃가루가 섞여야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우수한 열매가 맺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분이 골고루 잘 되어야 사과 안의 씨앗이 골고루 박히고,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은 예쁜 사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정이 확실히 되어 사과나무가 열매를 끝까지 떨어뜨리지 않고 키운다는 것이다.


여수항

사과 과수원에서는 전체 나무의 10~20% 정도를 수분수로 배치하거나, 서너 줄마다 한 줄씩 다른 품종을 심는다고 했다. 또한, 동종교배가 아닌 사과가 많은 과일 중에 제사상에 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가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주변에 이득 보려는 사람만 있고, 좋은 사람이 없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물론 끼리끼리는 과학이지만 사과나무의 수분수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