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 자기가 살아온 방식으로 남을 이해한다

동계올림픽 이야기

by 봄날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승리는 2전 3기의 하프파이프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이다. 17세의 소녀가 보여준 기량도 놀라웠지만, 마지막 세 번째 시도에서 미국 스노보드의 의 전설, 클로이 킴을 뛰어넘고 1위로 전광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울면서 전광판을 지켜보던 최가온 선수의 환호와 함께 자신의 일처럼 뛰어와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는 클로이 킴은 그 종목의 전설다웠다. 인생에서 성공을 이루었을 때, 가족을 제외하고 그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진짜 성공한 인생이니까.


솔뫼 성지, 당진


그것으로 최가온 선수의 품행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쇼트트랙은 1500m에서 자신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김길리 선수를 진심으로 아끼고 축하해 준 쇼트트랙의 전설, 최민정 선수가 있었다. 파리를 쫓아가다 보면 화장실을 만나게 되고, 꿀벌을 쫓아가다 보면 꽃을 만나게 된다.(쇼펜하우어)


그처럼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이태리 쇼트트랙의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가 3000m 계주에서 김길리에게 추월 당해 은메달을 따고난 후 했던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그녀와 김길리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클로이 킴은 올림픽 1차 시도에서 넘어진 최가온 선수에게 “넌 할 수 있어. 넌 대단한 스노보더니까 “라고 격려했고, 최가온선수는 결국 그녀의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깨고 우승했다. 그녀의 우상이자 멘토인 클로이 킴은 최가온이 자신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고, 이것이 바로 여자 스노보드가 지금 가장 감동적인 스포츠인 이유이다. 클로이 킴은 "성조기를 달고 뛴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클로이 킴은 당시 이 발언으로 "단순히 운동만 잘하는 스타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진정한 리더"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무려 24년 만에 미국에서 탄생한 올림픽 피겨 여자 챔피언 알리사 리우(Alysa Liu)의 우승 스토리 역시 감동적이었다. 그 알리사의 아버지 ’아서 리우(Arthur Liu)’는 중국 쓰촨 성 출신으로, 1989년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학생 운동가였다


공세리 성당, 아산


그녀는 일본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들을 이기는 것은 제 목표가 아니에요. 제 목표는 제 프로그램들을 통해 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에요. 이를 이루기 위해서 누구보다 잘하거나 못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알리사 리우는 똑바로 말했다. 그녀가 세리머니에서 들고 있었던 성조기는 단순히 조국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넘어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뜻깊은 사진이었다.



한편,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던 최가온 선수가 사는 강남 아파트 입구의 ‘축하 플래카드’는 일부 여론 때문에 며칠이 못 가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9살 때부터 8년간 운동하며 허리에 3개의 철심을 박고, 손바닥뼈 세 개가 부러지며 목숨을 걸고 설상종목 첫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비싼 아파트 살면서 금수저 자랑하냐?, 있는 집 자식들이니 그런 운동하지”라는 일부 사람들의 푸념이 진짜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바람을 넣고 더 이상 방송국 예능으로 소비하다 잊히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유 없이 부자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 체제는 부자는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게 설계되어 있다. 각종 부동산세, 소득세, 건강보험료, 자동차세 등등 그들이 평균이상으로 많이 내는 세금으로 국가를 유지하며 사회적 직간접시설들을 건설하고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빈곤층에 매월 기초연금 지급 및 각종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며 선진국 시민으로 살게 하고 있는 거니까.


실제 2025년 국세청 통계로 볼 때, 우리나라 소득세(근로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구조에서 전체 세액의 50%를 부담하는 계층은 상위 약 3~5% 내외의 고소득자들이다. 단지, 우리가 미워해야 할 부자는 누구처럼 복을 복인줄 모르고 세금을 탈세하거나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들이다. 결국 사람들은 다 자기가 살아온 방식으로 남을 이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