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위치와 책임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후반부부터 오전 내내 영화채널 OCN을 통해 지켜봤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2025)가 과연 오스카상의 최고영예인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다. 최소한 작품상과 감독상은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거기에 추가해 남우조연상(숀펜), 각색상, 캐스팅상, 편집상까지 수상했고 6관왕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여우 주연상은 영화 ‘햄넷’에서 열연했던 제시 버클리가 수상했다. 그 두 영화를 모두 봤지만 충분히 수상 받을 만한 영화였고 여배우였다.
더불어 감동적인 장면은 매기 강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석권하며 아카데미 2관왕의 영예를 가져갔다. 또한 막간 공연으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시상식에서 한국의 갓과 한복, 사물놀이 및 스필버그와 디카프리오가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감동임에 틀림없었다. 백 년 전 김구 선생님께서 가지고 싶어 했던 조국의 모습이 현실에서 구현되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우리나라에 대한 광고, 홍보효과로서는 그만한 게 없을뿐더러 슈퍼볼 공연처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임이 분명했다.
케데헌의 수상소감에서 매기 강은 “"이 상을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 모든 한국인에게 바칩니다 “라고 말했고, 그 모습은 최근 대량 탈팡의 원인을 제공했던 김 아무개와 비교되었다. 또한, 스페인의 국민배우이자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인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은 시상자로 나와 “No to war and Free Palestine!!‘(전쟁반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을 외쳐 호평을 받았다. 누구나 인간 개인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일 수 있지만 사회적 위치와 명성을 누리는 사람은 함께 사회적 역할과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잘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물론 그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수상소감에서 그저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만 열거하다 내려간다 해도,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존중한다. 그것도 그 사람의 선택이고 자유일 뿐이니까. 또한 우리도 그를 특별히 존경하는 마음은 없다.
그저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는 그 점을 우러러보고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그 전쟁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명예와 부귀, 영달에만 집중하면 무슨 삶의 의미가 있겠는가.
한때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한국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여성 작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큰 업적과 문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개 지성인들은 그녀의 재능만큼 존경하진 않았다. 지금에 비하면 80, 90년대 우리 여성의 삶은 사회적으로 매우 후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성차별이 심했을 때인데, 그런 사회적 문제가 돌출될 때마다 한 번도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내란사태에서 젊은 여성 아이돌 스타들이 응원봉의 빛의 혁명에 직접 참가하진 못했지만 특정 가게를 지정해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음식을 기부했으며, 최근 성공리에 컴백쇼를 마친 BTS의 슈가(민윤기)는 2024년에 세브란스병원 자폐아동 지원을 위해 50억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또한, 신민아김우빈부부는 누적 기부액만 50억이 넘는다.
반면 어르신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어떤 연예인은 내란사태에 응원의 목소리 한마디만 내달라는 DM에 ”제가 왜요? “라고 말했다. 그냥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텐데, 제가 정치인도 아닌데 왜요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그렇다면 추운 겨울에 응원봉을 흔들며 위험을 무릅쓴 시민들은 모두 정치인들이었던가.
그 후로 들리는 얘기론 그의 공연 때마다 부모님을 대신해 인터넷예매를 해주던 자식들이 그만두었다고 했다. 신앙인은 아니지만 가끔 유튜브에서 존경하는 이 아무개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가 있다. 우리가 고교시절 참고했던 유명한 영어학습서가 있었다. 그 참고서로 큰돈을 벌고난 후 그 저자는 건강전도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분은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5시에 저녁을 먹고, 8시에 취침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라는 말씀을 설파하셨다고 했다. 사회활동을 하는 일반인이 그렇게 생활할 수도 없지만, 안타깝게도 그분은 그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과유불급, 뭐든 지나친 게 문제다. 그 학습서의 저자처럼 살면 우리에게 ‘삶의 의미’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셨다.
또한, 최근엔 한때 유명 아이돌 출신의 김 아무개 연예인이 뜬금없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했고, 모든 방송에서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책임을 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럴 때 우리는 ’ 왕따보다 무서운 게 오버‘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하지 마라. 조용히 살면 된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