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조커)
호아킨 피닉스란 영화배우를 글래디에이터(2000년 개봉)에서 처음 만났다. 이십 년이 다되어가지만 지금도 추석과 설 명절의 특선영화나 TV 채널 특집 편성에서 방영하면 꼭 챙겨 본다. 그때의 호아킨 피닉스는 러쎌크로의 그늘에 가려져 내겐 그냥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는 평범한 배우였다. 하지만 영화 조커(2019년)에서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돋보였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열연은 우리 모두에게 인간을 사랑하는 일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가르쳐주기에 충분했다. 조커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서로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사랑을 나누며 예의 바르게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또한 비슷한 울림을 주었다. 극 중에서 '까불이'란 연쇄살인범을 내세워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없는 이웃을 응징한다. 하지만 난 그런 정도의 예의 없음이나 무시로 그들이 죽음을 맞는 설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드라마니까. 착하게 살자. 내 삶이 내 죽음보다 더 가치 있도록!!!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현실의 기적을 기대하며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을 졸이는 순간, 먼저 남우주연상 시상이 있었다.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여러 작품 중 당연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호명되고 수상소감을 했다. 조커 영화에서의 캐릭터와 달리 너무나 달라진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한치의 동요도 없는 모습으로 수상소감을 말해나갔다.'소리 없는 비인간 동물들'의 편에 서서 그의 목소리를 냈다. 그의 따뜻한 세계관과 태도를 보여주기에 또한 충분했다.
준비된 원고도 없이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감동적인 스피치를 하는가 궁금했다. 시상식 후 검색해보니 골든글로브 수상소감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고, 미국 배우조합 시상식에서는 주연상을 수상한 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들을 위로하는 정기 시위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기념적인 사건은 파티가 완전 채식(Vegan)으로 열렸단다.
또한, 영화 '조커'로 수상하게 된 다섯 번의 시상식에서 매번 똑같은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매년 세계에서 만든 옷의 85%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호아킨 피닉스의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은 주목을 받아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애정을 가지고 현실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배우의 멋지고 진화, 발전된 모습을 보고 있는 일이란 가슴이 뛰고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감동적인 그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을 번역한 글을 함께 옮긴다. 또한 우리 모두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일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동료 후보 배우들이나 이곳에 계신 다른 어떤 분들보다 우월하다는 우쭐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가지 사랑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사랑은 바로 영화에 대한 사랑입니다. 영화라는 표현 방식은 제게 아주 특별한 삶을 주었습니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제가 무엇이 되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에게, 그리고 영화계에 종사하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주어진 선물은, 바로 우리의 목소리를 '목소리 없는 자(voiceless)'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몇몇 이슈들에 대해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우리가 서로 다른 대의(causes)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공통점을 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젠더 불평등이건, 인종 차별이건, 성소수자의 권리이건, 원주민의 권리이건, 동물권이건 간에, 우리는 부정의에 대항한 싸움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인종, 하나의 젠더, 그리고 하나의 종이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 이용하고 통제하면서도 면책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에 대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많이 분리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중 다수는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지녔다는 점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야생의 자원들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소를 인공 수정시키고 그녀의 어린아이를 강탈할 자격이 있다고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엄마 소의 울음에서 느껴지는 비통함에는 결코 오해의 여지가 없음에도요. 인간은 송아지를 위한 젖을 빼앗아, 커피와 시리얼에 넣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무언가를 희생하거나 포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창조적이고 독창적이기에, 감각과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 (sentient beings)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창조하고,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생동안 건달로 살아왔고, 이기적이었습니다. 저는 잔인할 때도 있었고, 함께 일하기에는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 계신 분들께서 제게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이런 순간이, 우리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과거의 실수를 들어 서로를 부정하는 대신,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순간 말입니다. 우리가 서로 가르쳐주고, 서로를 구원으로 이끄는 순간 말입니다. "
제 형인 리버 피닉스는, 17살 때 이런 가사를 썼습니다.
“사랑으로 구조하라, 그러면 평화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