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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다린 사랑> - 유승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by 담담댄스



오늘은 욕 좀 먹겠습니다.


춤과 노래, 랩을 섭렵한 아티스트 하면 가장 먼저 박재범이 떠오릅니다. 비는 <깡>을 보면 알 수 있듯, 랩이 좀 아쉽고요. G-Dragon은 <무제>라는 희대의 발라드 넘버가 있지만,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는 아니죠. 쨌든 현재진행형 가수 중에서는 박재범 말고 떠오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박재범 역시, 비나 GD에 비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임팩트는 부족합니다.


20년 전, 이 모든 재능을 갖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스티브 승준 유


편의상 유승준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전태일 열사에게만 붙었던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를 기꺼이 붙여도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 이 시기만 해도, 본격적인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었기에 댄스가수는 순수 재능만으로 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유승준은 재능이 미쳤다는 말이죠.


저는 전성기의 유승준을 보면 갓 잡아 올린 활어가 떠오릅니다. 전주부터 잔잔한 도입부에서도 그의 발놀림은 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척이나 놀랐던 것은 가창력. 조성모의 <슬픈 영혼식>을 가성 같은 그 어떤 기교 없이 피지컬로 쭉 올려버리는 걸 보고 지려버렸어요. 말 그대로 압살. 무대 위 이런 존재감을 보여준 남자 솔로가수는 솔직히 전무후무합니다.


그 사달이 난지, 벌써 23년이 지났네요. 지금 기준으로 군대를 10번도 더 다녀왔을 시간인데...... 유승준 정도면 위문공연 다니면서 휴가도 많이 받고 그렇게 힘든 군생활은 안 했을 텐데...... 저도 군대를 편하게 갔다 온 편이고, 이미 민방위도 안 받는 나이가 돼 버려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미운 마음은 안 남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뙤약볕에 훈련하며 땀 흘리는 장병들 생각하면 쉽게 용서하긴 어렵죠. 때마침 사람도 좀 이상하게 변한 것 같고요.


그래도 아주 나중에 언젠가는 공연을 한다면 가보고 싶긴 합니다. 1집부터 5집까지 사모을 만큼 진짜 좋아했거든요. 고등학생 때 유승준 노래로 가요제에도 나가봤고요 ㅋㅋㅋㅋ (유승준 3집에 실린 <부탁해>라는 곡인데요. 윤일상 작곡에 윤사라 작사, 피처링은 무려 박정현입니다 ㅎㄷㄷㄷ)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내가 기다린 사랑>이라는 2집 수록곡입니다. 저는 유승준 2집이 나름 명반이었다고 생각해요. 당대 최고였던 김형석, 윤일상, 주영훈. 작곡가 트로이카가 모두 참여했고요. 이 <내가 기다린 사랑>은 타이틀곡 <나나나>나 후속곡 <사랑해 누나>보다 더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앨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잠깐 무대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압니다.


무더위에 잘 어울리는 뉴잭스윙 리듬, 한 번 들어보세요. 노래에는 죄가 없지 않을까요. 저 발놀림 한 번 보세요. 마치 모래주머니를 갓 벗어버린 듯한 홀가분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영상 속 ARS 투표, PC통신 팬클럽, 댄스 브레이크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들이 우리 같은 40대들의 추억을 건드려 주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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