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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댄스 May 30. 2024

일잘러들 또 납셨네

일의 목적과 목표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변태스런 구석이 있다.


웬만한 SNS는 다 싫어하지만, 그중에서 링크드인(LinkedIn)은 1, 2위를 다툰다. 브런치스토리도 마찬가지지만 그곳에 가면 본인이 일을 얼마나, 어떻게 잘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픈 일잘러들이 수두룩하다. 수많은 일 평론가와 자칭인지 타칭인지 모를 전문가들이 있다. 반박 시 님말도 맞말이지만 단연코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데 하루에도 열 번 넘게, 핸드폰을 볼 때마다 그곳에 들른다.


일잘러들 또 납셨네. 그거 쓸 시간에 일이나 해.

쳇, 그놈의 커피챗, 아니, 모르는데 어떻게 커피를 마셔요? 그것도 다짜고짜! 만나서 뭔 얘기를 하지? 너무 어색어색해 죽을 것 같겠다ㅠ

네? 심지어 자기가 모임을 만들어요? 왜요?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요? 아니, 공부는 혼자 하면 되고, 외로우면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와우!


참 못됐다. 아주아주 악질이다. 우월감도 아니고 이게 뭔 반사회적인 생각이지? (여러분, 저 근데 T발C 아니고, F랍니다 :)) 굳이 취향도 아닌 곳에 친히 들러 한다는 짓이 참...... 간혹 그곳에서도 나와 같은 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무척 기분이 좋다. 그곳에서 연예인이나 콘텐츠 이야기를 한다든지, 인스타 피드에 어울릴 것만 같은 갬성 가득한 글들을 볼 때마다 나의 F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되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정말 뒤통수를 빡 때리는 통찰을 선물 받을 때도 있다. (굳이 또 이유를 찾아봤다 ㅋㅋ)


거기나 여기나 일을 정의하는 수많은 단어들, 일을 대하는 수많은 태도들, 일의 효율을 높이는 수많은 방법들이 그럴듯한 문장을 입는다. 너도 일잘러 맞고, 나도 일잘러 맞다는 상화상찬(相畵相讚)이 반응과 댓글로 잇는다. 그들의 혜안과 통찰에 무릎과 뒤통수를 연신 얻어맞다 보면 나는 일잘러가 되기는커녕 어느새 지쳐갈 뿐.


나는 일을 할 때 목적과 목표 딱 두 가지만 생각한다. 일종의 퀘스트 같다. 목적이 달성된 후라야 목표를 향한다. 가장 앞서는 목적은 '일이 되는 것'이다. 일이 되면 비로소 '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내 기준에서는 일이 되게만 해도 충분히 일을 잘하는 것이다. 경험상 일잘러라면 대단한 스킬이나 방법론보다 어떻게든 일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훨씬 중요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일을 납기 안에 마무리한다. 일의 완성도와 만듦새는 그다음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나는 이런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일을 못한다는 뒷담화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내가 일에 대해 비난하는 유일한 경우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자가당착. 일보다 말이 앞서는 꼴을 못 보겠는 내가 일보다 말이 앞섰다. 더 웃긴 얘기 하나 해볼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내로남불이다. ㅋㅋ


여러분 다들 아시죠?


저 XX에 정말 관심 없어요



라고 떠드는 사람이 사실 XX에 제일 관심 많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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