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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건드린 음률의 대가*

K-POP 이전의 대중가요, 김형석의 노래들

by 담담댄스

이 사람을 혹시 어떻게 알고 있는지. KFC 할아버지? 김일성? ㅋㅋㅋㅋㅋㅋ


1:50부터 보세요 ㅋㅋㅋ 김구라가 이렇게 웃는 건 정말 처음 본다 ㅋㅋㅋㅋ 내레 오는 길 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랍게도 이 사람은 정말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작곡가 김형석이다.


몇 해 전, 우리나라 가수가 우리말(+영어)로 부른 노래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K-POP이라는 장르는, 비록 신보 줄세우기를 한 테일러 스위프트에 밀렸지만, 지난주까지 빌보드차트 1위였다. 21세기 접어들어 대중음악의 주류가 아이돌로 향하면서, 많은 글로벌 팬들에게 우리의 대중가요가 널리 사랑받았고, 어느새 대중가요는 K-POP으로 인식되었다.


오늘은 K-POP 이전의 '대중가요'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사랑받았던 뮤지션과 명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라 일컫는 1990년대엔 김현철, 윤상, 윤종신, 김광진, 이적, 김동률, 이승환 등 싱어송라이터뿐만 아니라 윤일상, 주영훈, 김창환, 안정훈, 이경섭, 최준영 등 작곡과 프로듀싱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들도 각자의 스타일대로 한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중 이 때도, 지금도 내가 원픽으로 꼽는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는 단연 김형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착 감긴다는 표현 말고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김형석이 작곡한 노래들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은 상반되는 가치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무조건 대중성을 꼽겠다. 내가 만든 작품이 후대가 아닌 당대에 사랑받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당장의 생계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아티스트나 셀럽과의 협업 기회 역시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으니 커리어 상의 성취감 역시 대단할 것이다.


90년대 이전에는 트로트가 대중의 정서를 대변하는 멜로디였다. 8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이문세-이영훈 콤비가 만들어 낸 '발라드'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장르, 그리고 음악적 성취는 90년대를 이내 발라드의 시대로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김형석은 지극히 탁월했다. 김형석의 노래는 특정 뮤즈나 페르소나를 떠오르게 만들지 않는다. (이영훈 - 이문세, 하광훈/지근식 - 변진섭, 윤일상 - 쿨, 주영훈 - 엄정화, 김창환 - 김건모처럼 말이다) 그리고 김형석 본인조차 떠오르지 않게 만든다. 특히 그가 만들어 낸 댄스곡들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 어찌 보면 특징 없음이 특징인 김형석의 곡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작업한 모든 가수의 대표곡으로 대중에게 남을 수 있었다. 어쩌면 코드 진행 등의 음악적 전문지식이 없어 특징을 잡아낼 수 없는 내 한계일지도.


김형석의 웬만한 노래는 모두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노래가 김형석의 작품이었어?


싶은, 예상하기 어려우면서도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노래들 몇 곡을 소개하고 싶다. 오늘 남긴 글의 최다 방문자는 아마도 내가 되지 않을까. 이 페이지가 일종의 플레이리스트가 될 테니 말이다.



1. 날 위한 이별 (작사 박주연, 노래 김혜림)



사실 오늘 글은 이 노래를 위한 포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형석이 만든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노랫말은 얼마 전 글로도 남긴, 양재선, 강은경과 함께 이 시기 저작권을 싹 쓸어간 박주연이 붙였다.


이 노래는 성시경의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돼 원 가창자를 모르는 분도 많다. 성시경 역시 훌륭하게 불렀지만, 좀 더 담담하게 부른 김혜림의 목소리로 들을 때 좀 더 좋다. 아, 정말 좋다.



2. 기대 (작사 심재희 노래 나윤권)



김형석이 만든 나윤권 노래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아마 <나였으면>이 아닐까. 애절함으로는 <나였으면>이 첫손가락에 꼽히지만, 로맨틱함으로는 단연 이 노래를 꼽을 수 있다. 나윤권의 미성으로 설렘과 체념의 어느 중간쯤 놓여있는 정서, 말 그대로 기대를 잘 표현한 노래다.


사실 2집 수록곡인 <바람이 하는 말>이라는 노래 역시 알려지지 않은, 무척 좋아하는 노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좀 더 반가워할만한 노래를 선택해 봤다.



3. 늦은 후회 (작사 보보/양재선 노래 보보)



이 노래는 알아도,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배우 강성연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을까.(어쩌면 요즘 친구들은 배우 강성연이 누군지조차 모를 거다) 정말 유명한 노래지만 도저히 넣지 않을 수 없는 김형석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이 노래의 작사가는 앞서 언급한 양재선이다. 당대 최고의 작사가와 작곡가가 만난 노래, 무려 24년이 지난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정말 좋다.



4. 사랑이라는 이유로 (작사 김형석 노래 김광석)



원곡을 조트리오(조규천, 조규만, 조규찬)로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노래는 김광석의 대표곡 중 가장 로맨틱한 노래로 손꼽힌다. 그리고 김형석의 데뷔곡(1991)이다. 대학교 선배 유재하를 동경했던 신인 작곡가가 대가수 김광석의 앨범에 본인의 곡을 실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형석이 직접 멤버로 참여했던,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시부야케이, 라운지 일렉트로닉 계열(추억 돋죠?)의 포터블 그루브 나인의 <Amelie>를 추천하며 오늘 글을 마무리해 본다. 동명의 프랑스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무려 원태연 시인이 노랫말을 썼다고 한다. 노래를 들으면 아멜리에 역을 맡은 오드리 도투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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