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소중함
*동네에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다. 작업하기 괜찮은 데다가 음악도 꽤 괜찮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곡이 나와서 놀라우면서 좋았다.
지난주 오랜만에 작업하러 갔다가 계산대 앞에 10월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봤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동네에 만만하게 갈 수 있는 카페라 상상을 못 했던 것 같다.
때때로 마치 영원한 일상처럼 무심했지만 지나다 보면 꽤나 소중했던 순간들이 있다.
특히 나 같은 경우 가을에 되면 그 무심함에 후회를 하며 회상을 자주 한다.
서울생활 중 솔로였던 나는 가을에 되면 여름을 좀 더 알차게(?) 보내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며
마음이 허해졌었다. 아마도 추워지는 날씨 속에 외로움도 크게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오로지 허전함을 생각하다 보니 서울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며, 평일에 한산한 한남동이나 광화문 근처를 걸으며 작업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막 하찮게 본건 아니지만 이런 일상이 쭉 이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심했었다.
어릴 때는 그래도 엄마나 아빠가 '지금부터 가족 여행을 갈 것이다'라는 예고편을 주며 얼마나 재미있는 시간일지, 어떤 추억이 될지 조금은 예고편을 줬었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무덤덤하게 보내다 나중에 깨닿는 경우가 잦아졌다.
가끔은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두고두고 곱씹을 정도로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 카페에 갔다. 원래 갈려던 카페가 있었는데 우체국 볼일 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다른 카페로 왔다. 창가가 이쁘기로 소문난 카페라 창가에 앉으려 했으나 자리가 불편하여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방을 풀고 앉자마자 시야에 엄청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삼촌이었다.
삼촌을 길에서 우연히 본건 처음이었다.(고모나 숙모는 가끔 있었다.)
삼촌이랑 엄청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삼촌을 뵌 지 오래됐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엄청 반가웠다.
*작업을 하다 고개를 돌려 창가에 앉은 사람을 봤다.
창가 뷰가 이쁘기로 소문난 카페라 정말 이뻤는데 앞에 사람들은 각자 폰을 보고 있었다.
스마트 폰이 생기면서 눈앞에 아름다운 광경을 집중하고 음미하는 거 조차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거 같아
씁쓸했다.
나 역시도 의식하지 않으면 무심결에 폰을 먼저 보게 된다.
스마트폰이 생기며 편리함의 신세계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아날로그 적인 없던 시대가 그립기도 하다.
이것 조차 당시에는 몰랐던 순간의 아쉬움 중 하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