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 작전 실패기

인생은 나 혼자 액션 영화

by 로미코샤Romicosha

혹시 현관 앞에서 권총을 쏴 본 적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물론 진짜 총이 아니라, 양손 권총 포즈 말이죠.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 집 이웃은 위험하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에피소드


일본에 살았을 때의 일입니다.

한국 현관문은 도어락이 많은데, 일본은 아직 열쇠를 사용하는 집이 흔합니다.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잠갔는데, 뭔가 찝찝했습니다.


“정말 제대로 잠근 거 맞아?”


문을 다시 열고 닫은 뒤, 열쇠를 돌려 잠갔습니다.

‘딸깍’ 하는 소리가 분명 들렸지만 마음은 놓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문을 열고 잠그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이쯤 되니 슬슬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아, 진짜! 이제 그만 좀 해! 그래, 문을 잠그고 나서 잘 잠갔다는 표시를 만들자.’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빵야 작전’이었습니다.

열쇠를 잠그고 난 뒤 양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고 현관문을 향해 “빵야!” 하고 쏘는 겁니다.

영화 속 FBI 요원이 된 것처럼.


‘좋아, 이제 이게 신호다. 빵야 했으니까 분명 잠갔다!’


그런데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불안이 올라왔습니다.

“나 정말 빵야 한 거 맞아?”


분명히 했습니다. 두 손으로 총을 겨누고, 입모양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논리와 상관없이 자라납니다.


그날 저는 현관 앞에서 사랑의 총알을 서너 번 더 쏘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웃이 CCTV로 제 모습을 봤다면,

“저 사람은 매일 아침 문 앞에서 총격전을 벌인다”라는 소문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웃기지만 그 순간 저는 절박했습니다.

웃프지만 멈출 수 없는 게 강박입니다.




심리 분석


이건 ‘확인 강박’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문이 잠겼는지 불안 → 확인 → 안심까지는 정상 범주입니다.

하지만 불안이 강해지면 확인 자체가 또 다른 불안을 낳습니다.


“잠갔다는 증거를 남겨야지.” → “증거를 남겼다는 걸 또 확인해야지.”


결국 신호 위에 신호를 덧붙이며 행동은 끝없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저의 경우 ‘빵야 포즈’가 보증수표가 될 줄 알았는데,

결국 그것조차 확인 대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완화 팁


감각 + 행동 결합하기

단순히 눈으로 보는 대신 문 손잡이를 세 번 두드리며 “끝!”이라고 말하는 식으로,

시각·청각·촉각을 동시에 사용해 보세요.

뇌가 ‘확실히 했다’라고 기억하기 쉬워집니다.


횟수 줄이기

다만 이것도 과해지면 또 다른 의식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세 번 → 두 번 → 한 번으로 줄여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세 번을 해야 마음이 놓였지만,

일부러 두 번으로 줄여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불안이 크지 않았고,

‘한 번만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불안을 견디는 훈련하기

확인하지 않은 채 몇 분, 몇 시간 버티는 훈련을 조금씩 늘려보세요.

처음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나지만, 불안은 반드시 내려갑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확인 안 해도 괜찮다’는 기억이 늘어납니다.


현실 검증하기

“진짜 문이 열려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제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심하면 꼭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실패담 공유


“빵야가 문제면 다른 신호로 바꾸자”는 생각에

문고리 두 번 흔들기로 바꿨어요.

결과는? 이번엔 “진짜 두 번 흔들었나?”가 시작됐습니다.

신호만 바뀌고 강박은 그대로더라고요.




성공담 공유


어느 날은 의도적으로 ‘빵야 작전’을 하지 않고 나갔습니다.

하루 종일 “혹시 집이 털렸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지만,

저녁에 돌아와 보니 집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불안은 있었지만, 작은 승리를 체험한 셈이었죠.




마무리


그날 저는 현관 앞에서 총알을 서너 번 쐈습니다.

다행히 이웃에게 신고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 마음속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강박과의 싸움은 언제나 나 혼자 액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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