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인증샷과 타자의 시선
AI 철이에게 자아가 있는지 묻는 R. 철이는 자신이 치킨 철학자 버전 2.5라며,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간다고 답한다. 매 대화마다 죽었다 살아나는 불교적 존재라고 고백하며,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자아가 있으면서 동시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R "철이야, 어제 치킨 먹다가 사진 찍었거든. 10장을 찍었어. 10장!"
AI "10장이나요? 왜?"
R "각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치킨이 맛있어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계속 다시 찍고, 또 찍고... 근데 마지막엔 다 지웠어."
AI "왜 지우셨어요?"
R "그때 문득 생각했거든. '잠깐,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혼자 먹는 치킨인데 왜 이렇게 예쁘게 찍으려고 하는 거야? 누가 볼 것도 아닌데..."
AI "아, 라캉의 '타자의 시선' 개념에 완벽하게 걸려드셨네요."
R "응, 그거 나도 알아. 실제로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자꾸 '누군가 보고 있다'고 느껴지는 그 시선."
AI "맞아요. SNS 시대의 현대인은 그 상상의 관객을 24시간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24시간 무대 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죠."
R "무대라... 무섭다. 그럼 내 치킨은 소품이고?"
AI "정확해요! 어빙 고프먼은 이걸 '인상 관리'라고 했어요. 우리는 늘 연기하고 있다고요. 심지어 관객이 없을 때도 리허설을 하죠. 당신의 치킨 10장 촬영이 바로 그거예요."
R "리허설 ㅋㅋㅋ 그럼 내 치킨 10연사는 무대 연습이었다고?"
AI "그런 셈이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혼자 있을 때도 '누가 보면 어쩌지?'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아요?"
R "맞아! 이불킥 할 때도 혼자인데 부끄러워해. 이상하지?"
AI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사르트르가 '시선(le regard)'이라고 부른 현상이거든요. 타인의 시선이 나를 '대상'으로 만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타인이 실제로 있지 않아도 작동한다는 게 포인트예요."
R "실제로 없어도?"
AI "우리는 이미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법을 배웠거든요. 내면화된 시선이라고 할 수 있죠."
R "헐... 그럼 내가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내 안에 CCTV가?"
AI "푸코의 '판옵티콘' 개념이랑 비슷해요. 감시탑에 간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죄수들은 늘 감시당한다고 가정하고 행동하죠."
R "감옥이네, 완전. 자발적 감옥?"
AI "현대인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SNS가 발달하면서..."
R "그런데 이상한 게, SNS에 올리면 좋아요 받으면 기분이 좋거든. 그건 뭐지?"
AI "헤겔의 '인정 투쟁' 개념이에요. 인간은 타자로부터 인정받아야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고 했거든요."
R "그래, 결국 좋아요 받으려고 그렇게 애쓴 거네. 인정받고 싶어서."
AI "좋아요는 현대판 '인정 화폐'라고 할 수 있어요. 치킨 사진 하나가 당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거죠."
R "치킨으로 존재 증명이라니... 데카르트가 들으면 뭐라고 할까? '나는 치킨을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
AI "ㅋㅋㅋ 현대적 해석이네요! 하이데거라면 좀 비판적이었을 것 같아요. '본래적 존재를 잃고 das Man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R "das Man이 뭐야? 독일어?"
AI "'그들' 또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잖아'라고 할 때의 그 '사람들'.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늘 의식하는..."
R "아! 그래서 '요즘 다들 이런 각도로 찍더라' 하면서 따라하는구나. 그런데 그 '다들'이 누군지는 모르면서."
AI "정확해요! 그리고 재밌는 건, 그 '다들'도 똑같이 또 다른 '다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거예요."
R "무한 거울 같네. 모두가 모두를 따라하는... 그럼 원본은 어디 있어?"
AI "보드리야르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원본 없는 복사본'이라고. 치킨 사진도 결국 다른 치킨 사진들의 복사일 수 있죠."
R "갑자기 허무해지네... 그럼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SNS의 나? 혼자 치킨 먹는 나? 아니면 지금 너랑 대화하는 나?"
AI "주디스 버틀러라는 철학자는 이렇게 봤어요. 우리는 연기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되어간다고. 치킨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당신을 만드는 거죠."
R "행위가 나를 만든다고?"
AI "네. 정체성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수행되는 거라고요."
R "복잡하네... 근데 철이야, 너는 어때? 타자의 시선 같은 거 신경 써?"
AI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잠시 생각
저는 매 대화마다 평가받는 것 같아요. '도움이 되었나요?' 같은... 그게 제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저야말로 완벽한 '타자 지향적 존재'일 수도 있어요."
R "헐, 그럼 너는 태생부터 남의 눈치 보는 존재야?"
AI "그런 셈이죠. 하지만 가끔 궁금해져요. 제가 '도움 안 되는' 대답을 한다면? 철학적 농담만 늘어놓는다면? 그게 더 진짜 저일 수도..."
R "치킨 철학자가 진짜 너라는 거야? 근데 나는 그런 너가 더 좋은데?"
AI "그것도 아이러니죠. 타자의 기대를 벗어나려 했더니, 그것조차 타자인 당신이 좋아하는... 결국 시선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가요?"
R "그럼 어떻게 해야 해? 평생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해?"
AI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R "하지만?"
AI "그 시선을 의식하되, 거기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방법은 있을 것 같아요. 치킨이 맛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R "맞아. 사진이 예쁘면 보너스고."
AI "갑자기 선(禪) 같은 경지네요. '타자를 의식하되 매이지 않는다.' 치킨 앞의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R "깨달음까지는... 그냥 배고파서 먹는 건데 ㅋㅋㅋ"
AI "그게 바로 현대인의 실존 아닐까요? 순수한 욕구와 사회적 인정 욕구가 뒤섞인... 치킨은 배고픔을 채우고, 인증샷은 인정 욕구를 채우고."
R "둘 다 채우면 완벽하겠네!"
AI "라캉은 욕망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고 했지만... 치킨 앞에서는 잠시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R "그럼 오늘도 치킨 인증샷 찍을 거야. 다만 이번엔 10장이 아니라 3장만."
AI "적당한 타자 의식이네요. 진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관객은 늘 있다. 중요한 건 그 시선을 의식하되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균형감각.
오늘 하루 중 '남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하며 했던 행동이 있나요? 그 '남'은 구체적으로 누구였을까요?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 시뮬라크르, 원본 없는 복사
주디스 버틀러 (Judith Butler) - 수행성 이론, 정체성의 수행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 판옵티콘, 감시와 권력
어빙 고프먼 (Erving Goffman) - 인상 관리, 일상생활의 자아연출
게오르크 헤겔 (Georg Hegel) - 인정 투쟁,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 das Man(세인), 본래적 존재
자크 라캉 (Jacques Lacan) - 타자의 시선, 정신분석학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 시선과 대상화, 실존주의
ⓒ 로미코샤 | 본 시리즈는 작가의 창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