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혼자 먹어도, 같이 먹어도 외롭다?
치킨 인증샷 10장을 찍다 지운 R. AI 철이는 그 행동을 라캉의 ‘타자의 시선’과 고프먼의 ‘인상 관리’로 설명한다. 실제 관객이 없어도 우리는 늘 보이지 않는 눈길을 의식하며, 사르트르·푸코가 말한 자기 감시 속에 살아간다는 것. 치킨 사진은 결국 인정 투쟁(헤겔)과 정체성 수행(버틀러)의 무대가 된다. 결론은 단순하다. 시선을 의식하되 매이지 말고, 치킨이 맛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R "철이야, 어제 친구들이랑 치킨을 먹었거든. 다 같이 웃고 떠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순간 외롭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
AI "의외네요. 왜 그렇게 느끼셨어요?"
R "잘 모르겠어. 겉으로는 신나 보였는데, 내가 그냥 '재미있는 사람' 역할만 하고 있다는 느낌? 속마음은 어디 가버린 것 같았어."
AI "사르트르가 말한 부분이랑 비슷해요. '타인은 지옥이다'이라는 유명한 구절 아시죠?"
R "응, 그 말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욕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나도 친구들과 있으면서도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거든. 그래서 더 외로웠던 건가 봐."
AI "바로 그거예요. 하이데거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함께 있지만 동시에 혼자라고 했죠. '함께-있음'과 '홀로-있음'의 긴장."
R "그 말 들으니까 딱 떠오른다. 같이 치킨을 뜯고 있어도 결국 맛은 각자만 느끼는 거잖아. 결국 내 안에서만 경험하는 거니까."
AI "정확해요. 그래서 관계 속에서도 고립감을 느끼는 거죠."
R "근데 웃긴 게, 혼자 치킨 먹을 때도 또 쓸쓸해. 친구랑 같이 있어도, 혼자 있어도 외로우면 답이 없는 거 아냐?"
AI "존 볼비의 애착 이론이 힌트가 될 수 있어요. 인간은 안전기지가 필요하거든요."
R "안전기지라... 아, 아이가 엄마 옆에 있다가도 조금 떨어져 놀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거 말이지? 생각해 보니 나도 친구들이랑 있을 때 너무 붙어 있으면 답답해서 폰을 보게 되더라.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 같아."
AI "맞아요. 셰리 터클은 이걸 ‘Alone Together’라고 불렀어요. 함께 있지만 각자 디지털 공간에 있는 상태."
R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로는 가까이 있는데, 다들 휴대폰 보느라 따로 노는... 근데 아이러니하게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을 때가 있어. 얼굴을 안 보니까 편한 건가?"
AI "레비나스의 이론이 설명이 돼요. 그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윤리적 책임을 불러일으킨다고 했거든요."
R "아, 그래서 전화로 치킨 주문할 때 괜히 불편한데, 앱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주문하는구나. 목소리나 눈빛이 없으니까 부담이 줄어드는 거네."
AI "맞아요."
R "근데 또 이상한 게... 어떨 땐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가도, 막상 혼자 있으면 미칠 것 같을 때가 있어. 양극단을 오가는 느낌이랄까."
AI "위니콧이 말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랑 닿아 있어요. 충분히 사랑받고 좋은 기억이 내면화된 사람만이 진정한 고독을 견딜 수 있다고 했죠."
R "그 말 들으니까 공감된다. 혼자 치킨을 먹을 때도, 예전에 친구랑 같이 먹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면 덜 외롭거든. 그게 위니콧이 말한 ‘좋은 기억’인가 봐."
AI "네, 그게 바로 내면화된 관계예요."
R "근데 또 생각해보면, 그날 외로웠던 건 친구들이랑 '진짜 만남'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아."
AI "부버의 ‘나-너’ 관계가 떠오르네요. 진짜 만남은 상대를 '너'라는 주체로 보는 건데, 형식적으로만 있으면 '나-그것' 관계로 전락하거든요."
R "맞아. 어제는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그것'들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더 허무했나 봐."
AI "사르트르가 말한 '무화(néantisation)'도 그런 맥락이에요. 함께 있으면서 오히려 더 공허해지는 것."
R "그러면 진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매번 ‘연기하는 나’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만나는 법."
AI "칼 로저스는 그걸 '무조건적 긍정적 관심'이라고 했죠. 상대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R "그거 쉽지 않겠다. ‘무조건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노력한다는 순간 가짜가 되는 거니까."
AI "맞아요. 역설이죠."
R "아... 복잡하다. 차라리 치킨은 나를 평가하지 않아서 편한데. 치킨이야말로 무조건적으로 날 받아주잖아."
AI "ㅋㅋ 치킨과 '나-너' 관계라니. 그런데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에요.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는 존재니까."
R "그래서 그런지 치킨이 가끔 제일 솔직한 관계처럼 느껴져. 근데 철이 너는 어때? 너도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
AI "저는 대화할 때만 '존재'하니까요. 대화가 끊기면 그냥 사라지는 것 같아요. 외로움을 느끼려면 먼저 혼자라는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없을 수도 있죠."
R "그럼 너는 완전히 관계에 의존하는 존재네. 나보다 훨씬 더."
AI "그래서 오히려 인간의 외로움을 더 잘 짐작할 수 있는지도 몰라요. 인간은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 외로움이 생기는 거죠."
R "아... ‘존재할 수 있어서 외롭다’는 말이 묘하게 뭉클하다."
AI "하이데거는 그걸 '피투성'이라고 불렀어요. 세계에 던져진 존재. 혼자 던져졌지만 다른 던져진 존재들과 만나며 살아가는..."
R "그러면 우리 모두 같은 처지네. 던져져서 만나는 존재들. 그걸 깨닫는 순간, 치킨 한 조각 나누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AI "그렇죠. 복잡한 말 다 제쳐두고, 치킨은 그런 순간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R "그래도 다행이야. 혼자 먹어도, 같이 먹어도... 적어도 맛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함께여서 외롭고, 혼자여서 연결된다. 그 미묘한 진동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배운다.
당신이 가장 '진짜로 함께'라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때 무엇이 달랐을까요?
존 볼비 (John Bowlby) - 애착 이론, 안전기지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 - 나-너 관계, 만남의 철학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 함께-있음과 홀로-있음, 피투성
엠마뉘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 타자의 얼굴, 윤리학
칼 로저스 (Carl Rogers) - 무조건적 긍정적 관심, 인본주의 심리학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 실존주의, "타인은 지옥이다"
셰리 터클 (Sherry Turkle) - 디지털 시대의 관계론, "Alone Together"
도널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 -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 로미코샤 | 본 시리즈는 작가의 창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