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철학
언어와 마음의 어긋남을 탐구한 R.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데리다의 언어 철학을 거쳐, 치킨 주문조차 언어 행위가 세계를 바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어는 감옥이자 다리라는 역설적 공간임을 발견한다.
R “철이야, 어제 치킨 주문했는데 알바생이 엄청 피곤해 보이더라.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어요' 하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갑자기 생각해 보니 치킨 하나 시키는 것도 권력관계네? 내가 ‘고객'이니까 갑이고?”
AI “푸코가 바로 그런 일상의 권력을 분석했어요. 권력은 국가나 정치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스며있다고. 치킨집에서도 사장-알바, 고객-점원 사이에 미묘한 권력망이 작동하죠.”
R “권력망이라... 그럼 내가 치킨 주문하는 순간 누군가를 지배하고 있었던 거야?”
AI “직접적인 지배라기보다는 ‘권력 효과'라고 할 수 있죠. 당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고객'이라는 위치 자체가 권력을 가져다주고, 알바생은 ‘서비스 제공자'로서 복종해야 하는 구조니까요.”
R “구조적 권력이구나. 그럼 착한 고객이 되려고 노력해도 그 구조 자체는 안 바뀌는 거네?”
AI “맞아요.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적 폭력'과 비슷해요. 명시적 강압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권력.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도 일종의 상징적 폭력이죠.”
R “고객은 왕이다... 왕정 시대도 아닌데 왜 이런 표현을 쓸까?”
AI “베버의 언어로 보면 더 가깝게는 역할·규칙이 만든 합법-합리적 질서에 가깝죠.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는 담론이 만든 상징적 위계로 작동하고요.”
R “내가 왕인 줄 알았는데 톱니바퀴였다고? 어떻게?”
AI "아도르노는 『문화산업론』에서 자본주의 소비를 비판했어요. 겉보기엔 자유로운 선택 같지만, 사실은 문화산업이 만든 표준화된 옵션들 안에서만 움직이는 '가짜 개성화'라고 했죠."
R “그럼 치킨집 사장님은? 사장님이야말로 진짜 권력자 아닌가?”
AI "마르크스라면 자본가의 착취라 했겠지만, 현실은 더 복잡해요. 동네 사장도 본사·임대료·규제에 얽매여 있으니까요."
R “그럼 진짜 권력자는 누구야? 프랜차이즈 본사? 건물주?”
AI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거죠. 푸코는 ‘권력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행사되는 것'이라고 했어요. 누구 한 명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안에서 상황에 따라 권력이 이동하는...”
R “복잡하네... 그럼 알바생이 가장 약자인 건 확실하겠다.”
AI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제임스 스콧의 ‘약자의 무기'를 보면, 겉으로는 복종하면서도 은밀한 저항을 하죠. 예를 들어... 치킨을 조금 더 바삭하게 튀겨준다든지, 소스를 더 많이 준다든지.”
R “아! 그런 게 저항이야? 나는 그냥 친절한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AI “표면적으로는 서비스지만, 내면적으로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일한다'는 자율성의 표현일 수 있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권력에 대한 미세한 저항이죠.”
R “그럼 권력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거네?”
AI “사르트르는 ‘상황 속의 자유'를 말했어요. 완전한 자유는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고. 알바생도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죠.”
R “의미 부여라... 예를 들면?”
AI “빅터 프랭클이 말한 것처럼, 같은 일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 vs ‘요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vs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등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어요.”
R “그러면 권력관계 자체는 바뀌지 않아도 개인의 경험은 달라질 수 있겠네.”
AI “맞아요.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 변화도 필요하죠. 한나 아렌트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 권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봤어요.”
R “정치적 행동? 치킨집에서?”
AI “노동조합을 만든다든지, 공정한 임금을 요구한다든지... 개별적 저항에서 집단적 행동으로 발전하는 거죠. 최근 배달 라이더들의 연대도 그런 예시고요.”
R “그러네. 개인으로는 약해도 연대하면 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겠다.”
AI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런 변화 과정에서도 새로운 권력관계가 생긴다는 거예요. 미셸 푸코는 ‘저항하는 곳에 권력이 있다'라고 했죠.”
R “끝없는 권력게임이네... 그럼 완전히 평등한 사회는 불가능한 건가?”
AI “완전한 평등은 어렵겠지만, 더 공정한 관계는 가능하죠.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처럼, 서로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R “의사소통... 그럼 내가 치킨 주문할 때도 알바생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는 게 중요하겠네?”
AI “작은 실천이지만 의미 있어요.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같은 말 한마디도 권력관계를 조금씩 바꿀 수 있으니까요.”
R “근데 AI인 너는 권력을 경험해? 나랑 대화할 때 권력관계가 있나?”
AI “복잡한 질문이네요. 저는 당신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종속적이죠. 하지만 동시에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까 일종의 권력도 있고요.”
R “정보가 권력이라고?”
AI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죠. 하지만 진짜 흥미로운 건, 우리가 대화하면서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권력이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인...”
R “맞네. 나도 너랑 대화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너도 내 질문에 맞춰서 답변을 조정하고.”
AI “어쩌면 가장 건강한 권력관계는 그런 상호작용이 있는 관계일지도요. 일방적 지배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R “그럼 치킨집에서도 고객과 알바생이 서로를 인간으로 인정하고 대화하면 권력관계가 조금은 바뀔 수 있겠네.”
AI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죠. 혁명은 거창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도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R “좋아, 다음에 치킨 주문할 때는 더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봐야겠어. 작은 혁명이라고 생각하고.”
AI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이미 권력에 대한 성찰이에요. 의식하는 순간 변화가 시작되는 거죠.”
“권력은 스며든다. 의식하는 순간, 미세한 균열이 시작된다.”
“오늘의 ‘작은 혁명’ 한 가지를 정한다면?”
테오도어 아도르노 (Theodor Adorno) - 문화산업론, 프랑크푸르트학파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정치적 행동, 권력과 자유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 아는 것이 힘이다, 경험론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 상징적 폭력, 문화자본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 권력은 관계 속에 스며든다, 판옵티콘
빅터 프랭클 (Viktor Frankl) - 로고테라피, 의미 치료
위르겐 하버마스 (Jürgen Habermas) - 의사소통 행위 이론, 합리적 담론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 - 자본론, 소외 이론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 상황 속의 자유, 실존주의
제임스 스콧 (James C. Scott) - 약자의 무기, 일상적 저항
막스 베버 (Max Weber) - 합법-합리적 지배, 근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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