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병맛을 찾을 수 없습니다
혹시 글을 쓰다가 이런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이 글은 너무 병맛이라, 작가 자격을 박탈합니다.”
네, 저는 해봤습니다.
어느 날, 브런치 관리자에게서 메일이 왔다고 상상해 봅니다.
“고양이 발을 성역으로 칭하는 등, 지나친 병맛 표현이 발견되었습니다.
따라서 귀하의 브런치 작가 자격을 취소합니다.”
(저는 그걸 ‘박탈’이라 느꼈습니다.)
순간 머릿속은 재난 영화 모드.
모니터에서 경고음 삐--, 알림창이 쏟아집니다.
‘작가 인증 취소’ ‘계정 비활성화’ ‘조회수 0 리셋 중’.
심지어 제 브런치북 표지 속 로봇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자격 박탈 행진’을 시작하는 장면까지 자동 재생됩니다.
독자분들이 클릭하면 이렇게 뜨겠죠.
“404 병맛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남편에게 달려가 외쳤습니다.
(물론 현실이 아니라 제 머릿속 시뮬레이션 안에서요.)
“여보, 나 브런치 작가 자격 박탈당했어...!”
남편은 잠시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한마디.
“헐... 오늘 저녁은 뭐야?”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강박의 세계에서 대형 사고였던 사건이,
현실에서는 ‘반찬 뭐냐’ 수준이었다는 걸.
이 장면은 강박의 ‘재난 시뮬레이션’을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상황인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정 폭파가 진행 중이죠.
여기에는 책임 과대평가도 숨어 있습니다.
“내가 병맛을 쓴 탓에 플랫폼이 흔들린다.”는 착각이
불안을 키웁니다.
강박은 늘 ‘혹시라도’를 먹고 삽니다.
‘혹시라도 내가 이상해 보일까?’
‘혹시라도 누가 불쾌해할까?’
하지만 현실은 훨씬 단순합니다.
“혹시라도 취소되면?”은 결국
“오늘 저녁 뭐 먹지?”로 귀결됩니다.
가상 메일 쓰기
불안을 글로 적어내면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또렷해집니다.
‘박탈 통보문’을 직접 써보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웃음이 납니다.
책임 분산하기
사실 제 글 하나가 플랫폼을 흔들긴커녕,
아직은 조용히 구석에서 병맛을 전파 중입니다.
강박 영화 끊기
머릿속 ‘자격 박탈 블록버스터’가 재생되면
“상영 중단합니다.” 선언하고
손에 잡히는 일을 하나 해보세요.
현실 점검하기
실제 병맛 글을 올려보면 돌아오는 건 박탈이 아니라
대부분 “ㅋㅋㅋ” 댓글입니다.
브런치는 생각보다 유머에 관대합니다.
결국 제 강박은
브런치 작가 박탈 시뮬레이션까지 제작해 냈습니다.
하지만 진짜 박탈당한 건 자격이 아니라, 제 상식이었죠.
그리고 그 상식이 조금 흔들린 덕분에,
오늘도 저는 웃픈 글을 한 편 더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