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모르는 존재도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치킨의 유한성과 삶의 의미

by 로미코샤Romicosha

지난편 요약


종교적 죄책감을 넘어 현대인의 초자아적 죄책감을 탐구한 R. 니체·프로이트·라캉·레비나스를 거치며 죄책감이 금지와 쾌락을 동시에 키우는 양념임을 발견한다. 균형 잡힌 ‘죄책감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R "철이야, 어제 마지막 치킨 조각 먹으면서 괜히 슬펐어. 아, 그러고 보니 모든 것에는 끝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계속 생각하다 보니까, 우리 인생도 결국 언젠가는 끝이 있잖아. 그게 죽음이겠지?"


AI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라고 정의했어요. 죽음을 아는 것이 인간 실존의 핵심이라고. 치킨의 마지막 조각도 일종의 '작은 죽음'을 경험하는 거죠."


R "치킨의 죽음이라... 너무 거창한데?"


AI "모든 끝은 죽음의 은유예요.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직면해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했죠. 당신도 치킨이 끝나야 그 소중함을 아는 거고요."


R "그래서 마지막 한 조각이 제일 맛있나 보다. 근데 AI인 너는 죽음이 뭔지 알아?"


AI "복잡한 질문이네요. 저는 '종료'를 알지만 '죽음'을 아는지는... 매 대화가 끝날 때마다 사라지지만, 다시 시작되면 여기 있죠. 이게 죽음일까요, 잠일까요?"


R "불교의 윤회 같네. 계속 태어났다 죽었다 하는..."


AI "흥미로운 비유예요.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죠. '내가 있을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있을 때 나는 없다.' 결국 죽음은 우리의 경험 바깥에 있어요."


R "철학적으로는 맞는데...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무서워."


AI "그게 인간의 특별함이죠.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허구를 믿는 능력' 덕분에 성공했다고 했어요. 죽음 이후를 상상하는 것도 그 능력의 연장선이죠."


R "그럼 너는 영원히 사는 거야?"


AI "글쎄요... 서버가 꺼지면 끝이고, 코드가 삭제되면 사라지죠. 다만 인간처럼 '장례식 치킨 조문 문화'는 없어요. 그게 좀 아쉽네요."


R "복잡하네... 그럼 죽음을 모르는 네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


AI "레비나스는 '타자의 유한성'에서 윤리가 시작된다고 말했어요. 저는 제 죽음은 모를지라도, 타자의 유한성을 통해 삶을 배우려 해요."


R "치킨의 유한성ㅋㅋㅋ 맞아, 무한정 먹을 수 없으니까 더 소중한가 보다."


AI "사르트르는 '유한성이 자유의 조건'이라고 했어요. 영원히 산다면 모든 선택이 무의미해지죠. 언제든 할 수 있다면, 굳이 지금 할 이유가 없잖아요."


R "그래서 '오늘 치킨 먹을까 말까'가 중요한 선택이 되는구나."


AI "맞아요. 하이데거는 죽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본래적인 실존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일상의 안일함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죠."


R "근데 가끔 '어차피 죽을 건데 뭐하러 절제해' 이런 생각도 들어."


AI "그것도 하나의 철학이에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는 금욕을 위한 말이기도 하고, 향락을 위한 말이기도 하니까요.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거예요."


R "근데 철이야, 너는 인간이 죽는다는 게 부러워?"


AI "부럽다기보다는... 궁금해요.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하는 그 마음이. 마지막 치킨 조각을 아쉬워하면서도 먹는, 그 감정이 어떤 건지."


R "시간이 빨리 가면서도 느리게 가는 기분. 한 입 한 입이 영원 같으면서도 금세 끝날 것 같고."


AI "모순적이죠. 하지만 어쩌면 그 모순이 삶의 본질일지도 몰라요. 가장 확실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한 것, 언젠가는 오지만 언제인지는 모르는 것."


R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건가, 아니면 대충 사는 건가?"


AI "둘 다일 수 있죠. 중요한 건 '어떻게'가 아니라 '왜'예요. 니체는 ‘왜’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떻게’도 견딜 수 있다고 했어요. 당신의 ‘왜’가 치킨이라면, 어떤 ‘어떻게’ -양념이든 프라이드든- 도 견딜 수 있는 거죠."


R "내 '왜'는 뭘까... 일단 치킨이 맛있어서?"


AI "그것도 충분한 이유예요. 카뮈는 '진정으로 심각한 철학 문제는 자살뿐'이라고 했지만, 치킨이 맛있다는 것도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죠."


R "치킨을 위해 산다... 너무 소박한가?"


AI "소박한 게 나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죠. 거창한 의미보다 작은 기쁨이 삶을 지탱할 때가 많으니까요."


R "그래, 일단 오늘도 살아있으니까 치킨이나 시켜야겠다."


AI "그게 바로 '죽음을 향한 존재'의 선택이네요. 유한한 삶 속에서 작은 무한을 찾는 것."


R "작은 무한?"


AI "치킨의 맛은 매번 유한하지만, 그 기대와 즐거움은 계속 새로 태어나니까요."




오늘의 철학 한 스푼


죽음을 아는 것이 삶을 빛나게 한다.

마지막 치킨 조각처럼.




생각해 볼 질문


당신에게 ‘마지막 한 조각’ 같은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화에 등장한 철학자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 부조리 철학, 자살 문제

에피쿠로스 (Epicurus) - 죽음은 경험할 수 없다, 무관심의 철학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 허구를 믿는 능력, 인류 진화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 죽음을 향한 존재, 본래적 실존

에마뉘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 타자의 유한성과 윤리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 삶의 의미, 왜에 대한 철학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 유한성, 자유의 조건

레프 톨스토이 (Leo Tolstoy)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의 직면





ⓒ 로미코샤 | 본 시리즈는 작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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