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망치는 몸의 습관

by 로미솔



발성을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요?


노래를 가르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믿는

간절한 눈빛들.

어떤 발성법이 좋은지,

어떤 호흡법을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 차라리

소리 내어 연습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아무리 시간을 쏟아부어 봤자,

몸에는 나쁜 습관만 굳어질 뿐이거든요.


​그리고 꼭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만이 연습은 아닙니다.


가사를 깊이 해석하거나

악보를 읽으며 음정을 익히는 것,

그리고 음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

그 고요한 과정 또한 훌륭한 연습입니다.


목을 쓰기 전에

마음으로 먼저

노래의 지도를 그리는 시간이

소리의 길을 더 선명하게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할 때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정교한 일을 합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몸의 중심을 잡고, 소리가 지나갈 공간을 활짝 열어주어야 하죠. 하지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몸이 긴장하는 순간, 이 모든 과정은 아주 빠르게 무너집니다.


​어깨가 움츠러들며 올라가고,

턱이 딱딱하게 굳고,

목 주변 근육이 단단해집니다.

그 순간, 소리가 지나갈 공간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좁아지고 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리를 더 크게 내려고 할수록

노래가 더 답답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합창 연습을 할 때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봅니다. 어떤 곡에서 고음 파트가 다가오면 대원들의 몸에는 일제히 긴장이 서립니다.

어깨가 올라가고 숨이 얕아지며 턱이 굳어지죠. 그럴 때 저는 지휘를 잠시 멈추고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만 힘을 빼 보세요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한 뒤 몸이 조금만 풀리면 소리는 금세 달라집니다.

더 크게 부르지 않았는데도 울림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노래는 몸을 많이 사용하는 예술이지만,

몸이 너무 과하게 개입할 때

오히려 소리는 막히기 쉽습니다.


턱을 억지로 내리고

목을 열려고 애쓰며

숨을 밀어 넣는 노력이,

오히려 몸의 긴장을 키우고

소리를 무겁게 만드는 역설을

우리는 자주 마주합니다.




노래는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런 말을 합니다.


지금 내 몸 어디에서 힘을 쓰고 있는지 한번 느껴보세요.


​몸의 작은 긴장이 풀리는 순간, 소리는 비로소 자연스럽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노래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 더하는 과정 이라기보다,

몸에 쌓여 있는 불필요한 습관을

조금씩 덜어내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혹시 지금 노래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 잠시 멈춰보세요.

가만히 내 몸의 긴장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소리는 그 순간부터 조용히 달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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