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족앨범을 만들었다. 일 년 간의 사진 중 BEST 사진을 건져내어 포토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추억은 같이 공감할 때 사랑으로 피어난다. 휴대폰에 아무리 많은 사진이 있어도 나 혼자 들여다보면 그건 그저 '기억'일뿐이지 결코 '추억'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 어린 시절 놀았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재작년 아버지를 여의고 나니 더욱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어릴 적 추억들이 사무친다. 30년 전, 카메라도 부실했던 시절이라 많은 사진이 남아 있기도 어려웠겠지만 몇 장 남은 사진은 대부분 어렸을 적 다녔던 여행지와 어딘지 모를 사진들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사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무관심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위로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나는 건 가족들 간의 추억도 있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진다. 내가 살던 집, 내가 뛰어놀았던 골목길, 훔쳐 따 먹었던 무화과나무가 있었던 앞집, 주말이면 아빠와 함께 달렸던 뒷산 들판길, 매일 오고 갔던 학교 가는 길, 그 길에서 어루만졌던 복덩이 개, 흙먼지 날리던 국민학교 운동장, 학교 앞 오락실 그리고 우리 집. 거실, 소파, 화장실까지도... V자를 그리며 웃음 짓고 찍었던 어느 관광지의 사진이 아닌 매일 눈 뜨면 보았던 그 장소를 다시 보고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은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으니 내 머릿속의 기억을 되짚을 수밖에 없는 사실에 마음은 공허해지고 애달프기만 한다.
2024년 가족앨범. 이런 상상을 해 본다면 아내는 뭐라 한다. 뭐라 하는 그 의미가 긍정인지, 부정인지 그 뜻은 헤아리기는 어렵다. 내가 언젠가 침대에 누워 마지막 숨을 내쉴 때 나는 우리 가족사진, 그리고 매일 숨 쉬고 부대끼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과 거닐던 동네 사진을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가족앨범에 흔한 동네 사진을 몇 장 넣었다. 어질러진 집안 지금 그대로의 모습의 사진도 넣었다. 여기에 책장이 있었고, 여기에 피아노가 있었고, 네가 좋았던 인형들이 여기 있었지. 그래. 아이들의 널브러진 방 모습과 온몸을 뒤틀며 엉클어진 채로 자는 모습들도 책에 담았다. 그걸 본 아내는 이런 사진을 왜 여기에 넣었냐는 핀잔을 한다. 아이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 대꾸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찾을 것이라 믿는다. 한 권 밖에 주문하지 않은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세 권을 만들어서 출가할 때 한 권씩 줘야 하는 것 아닐지. 그래 명절 때 모여서 같이 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넘어간다.
이 흔한 모습,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기고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발달해 내가 가지고 있는 십 수년간의 사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줄 날이 있겠지만 (지금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펼쳐 보지 않으면 구슬이 보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풍요로운 데이터와 기술 속에 우리는 여전히 외롭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다. 그리고 분명 우리는 스스로 그걸 찾으러 발걸음을 할 것이고 놓치고 지나쳤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니까. 그게 늙어가는 나와 너의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