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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Feb 17. 2024

남은 사람은 잘 살아야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직장에서 올해 벌써 두 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한 분은 한 때 술잔도 많이 기울였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얻는 방법을 깨우쳐준 분이셨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조금 허탈해 할 수 있겠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 그것뿐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미사여구로 위장하지 않고, 협상하려 하지 않고, 다만, 그 의도는 숨김없고 순수해야 한다. 받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울 수 있고 그래서 난처할 수 있기에 안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뭐랄까... 인풋 대비 아웃풋만큼은 최고였다. 그걸 가르쳐준 분이셨다. ... ...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다른 한 분은 근래에는 교류가 없었지만 오래전 업무로 자주 보았던 분이시고 언제든지 회사에서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는 분이었다. 머리 쪽 충격으로 정황상 뇌출혈이 의심된다. 의사 얘기대로 며칠 쉬면 될 것이라 하였는데, 상황이 갑자기 악화되어 응급실로 간 게 마지막이라 한다. (C8 돌팔이 의사!) 사건은 건너 건너 전해지면서 내용은 과장되고 부풀려지고 여러 억측과 있지도 않았던 사실들이 들어붙으면서 사실관계는 의심스러워진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그 돌팔이 의사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 흠... 그렇게 며칠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연이은 갑작스러운 소식가슴 쓸어내리며 안타깝고, 그런 안타까운 얘기를 서로 커피 한 잔 나누며 잠시 얘기하고서는 뒤돌아 웃으면서 돌아 걸어 나가는 상황에 나는 잠시 오른팔에서 수전증이 느껴지고 숨은 가빠왔다. 겉으로 무심한 척하면서 다들 애도의 마음 그리고 '그게 나라면?'이라는 생각들은 서로 다르지는 않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머리와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을까? 하지만 이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 몸 흘러가는 데로 옆 동료들에 묻혀 나를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숨긴다.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그분의 메신저 프로필을 보았고, 사진을 보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분들에게 배웠던 것을 떠올리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다. 회사 일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베풀고, 더 사랑하며 살겠다고. 건강을 챙기며 나 자신도 더 사랑해야 함은 물론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집안 정리를 못했다. 가구, 의류, 집기류, 서류 등 집안 모두를 비우고 새 집으로 단장하려 한다. 그동안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 집에 이사오던 새벽. 차에서 눈을 비비고 그 집을 처음 보았던 순간도 여전히 생생하다. 그만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여기저기 진득하게 붙어 있는 정겨움과 부모님의 흔적들이 눈에 밟히니 마음 정리도 잘 되지 않았다. 사람 인기척 없는 빈 집이지만 물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들어가 보일러를 돌리고 아늑한 공간에 눕고 싶은 집이었다. 언제까지 놔둘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바쁜 것도 아니면서 실행해 옮기는데 6개월이 더 걸렸다. 이제 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더 열심히 살려면 해야 할 일이다.



*대문 그림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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