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분명 대세가 되었다.
휴대폰이 보급된 지 20년 즈음되었고 지금은 이게 없으면 참 불편한 세상이 되었다. 어느 전문가는 작년 2023년을 AI 세계로 발을 들인 원년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 정도면 이게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상상하기 힘들지만 휴대폰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뒤집혀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분명 부정적인 상상과 긍정적인 상상 두 가지도 계속해서 공존할 것이고 경쟁할 것이다. 악당들이 있어야 그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용사가 빛을 발하고 영웅이 되는 건 고전이니까. 대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끊임없는 변화일 것이다. 기하급수적인 변화. AI는 우리에게 예전에는 너무 허황된 얘기로 코웃음 쳤던 상상을 점점 가능성이 보이는 상상으로 만들어주며 우리의 상상의 자유도를 넓혔다.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주식시장은 과열이라는 얘기가 슬슬 나올 만큼 자고 나면 소위 '돈복사'가 되어 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주식시장에서 이미 그 열풍, 기대감이 제일 먼저 몰아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거대한 자금은 더 강력한 AI를 개발해서 세상을 장악하고 나에게 수익을 가져다주길 바라고 있다. 누가 아무리 말려도 돈 벌겠다는 사람을 말리는 건 자본주의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기회가 눈앞에 있고 기회를 놓치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느 누가 부정적인 면을 들이대며 호소한들 설득력이 있겠는가? 기억나는가? 인터넷 탐색기 넷스케이프. 익스플로러에 서서히 밀려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가 있긴 했는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폰과 이이폰의 생존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AI플랫폼 대세는 누구일까? 선점하지 못하면 사라질 텐데 인공지능 개발을 늦추자는 누구 말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AI를 활용한 교육시장은 이미 문을 열었다. 간단한 영어의사소통을 하면서 문법과 발음을 고치는 지도를 하는 건 작년부터 익숙해진 풍경이다. AI가 만들어낸 음악은 그 곡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들었던 나에게 '아티스트가 누구야?' 귀를 세우고 작곡가를 찾아보게 만들었고 AI작곡가라는 걸 알고 뒤통수 씨게 얻어맞은 기분을 이미 경험했다. 얼마 전 AI 변호사가 전문가 수준의 고소장을 단 1분이면 작성해 준다는 뉴스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의 결정 문제다) AI가 만들어낸 가짜뉴스가 미국 대선을 진탕으로 만들 거라는 우려 속에서 이미 트럼프, 바이든이 실제로 했던 것처럼 꾸민 가짜 동영상, 음성파일이 돌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살짝 매끄럽지 못하고 뭔가 어색한 부분이 간혹 보이니 다행이지만 시간이 지나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낸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역사를 몽땅 뒤집어 소설같이 써 내려가고 조작된 사진과 동영상 수 십, 수 백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 무차별적으로 뿌린다면 과연 역사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은 매트릭스 세계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별사 직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과학 관련 기사에서 인공지능이 '이해'를 할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과 사물의 인지 방식이 다르다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도 한다. 나는 이 질문에 '이해'라는 단어는 지극히 인간이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만들어낸 단어이기에 그 의미를 인공지능에게 대입하는 게 의미 있는 질문인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인공지능이 보고, 읽고, 판단하는 방법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고, 행여나 인간이 '생각'하여 내린 결론과 같은 혹은 유사한 결론에 이른다면 인공지능이 '이해'를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인간도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을 기억에 저장하고 이를 수시로 불러내어 짜 맞추는 과정을 거쳐 다음 판단을 이어 나간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빨라져 이 과정이 인간만큼 빨라진다면 혹은 그 이상으로 빠르게 결론 낸다면 우리는 과연 AI가 '이해'를 한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인간의 방식으로 이해를 못한들 그게 중요한 질문인가? 인간의 뇌 속에서 수조 개의 시냅스의 전기자극으로 동작하는 방식을 이해한다면 이 또한 0과 1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지금 기성세대들이 가진 직업이 아이세대에는 몇 개나 살아남아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는 인공지능이 건들 수 없다는 생각도 단 1년 사이에 바뀌어버렸다. 건들 수 없는 영역이 없다는 것이고, 이를 거스를 방법을 인간은 아직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모사하여 응용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의 그 응용력을 따라갈 수 없지만 그 최초의 창작물은 그래도 인공지능이 해내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인간이 고작 해보려는 시도가 법으로 AI 확대를 방지하자는 결의 정도로 보이는데... 가소로워 보인다.
AI에 대한 질문과 사색은 아이가 갑자기 AI를 해보고 싶다는 혼잣말에서 시작했다. 'AI를 한다'는 게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그 실체가 모호하지만 아빠는 응원해 본다. 하하. 너는 꼭 AI를 이겨야 한다!!! 쓸데없이 비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