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Copilot
베토벨 월광을 암보하고 싶어서 Copilot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그전에 AI에 대한 나의 견해를 잠깐 공유하자면, 현재까지의 AI 추론기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없고, 이 세상에 널려있는 공개된 자료를 들쑤셔 가장 빈도수가 높고 선호도가 높은 답변을 찾아 보여준다. 물론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혁명임은 분명하고 그것만으로도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무궁무진한 기회를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그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 한계도 곧 깨지겠지만) 공개된 자료들 즉, 이 세상의 논문, 관련 서적, 인터넷에 문자화된 지식들을 내가 다 섭렵하기 불가능한 이상, AI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척 환영을 보여주더라도 나는 그걸 결코 '사기(Fraud)'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인과 천재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Copilot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찾는 천재와 다를 바 없다. 그게 내가 바라보는 AI다.
Copilot은 '암보체크파일'이라는 누군가의 깊은 노하우를 용케도 찾아 끌고 왔고 그걸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주었다.
[Copilot]
월광 3악장처럼 빠르고 패턴이 복잡한 곡은 ‘손이 먼저 가는 연주’로는 절대 외워지지 않고, 구조 + 패턴 + 근육 + 시각·청각 기억을 결합해야 확실히 외워집니다. 아래 방법들은 실제 피아니스트들도 쓰는 “진짜로 효과 있는 암보(暗譜) 기술”입니다.
외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7가지 방법
1) 손가락이 아니라 ‘구조(Structure)’를 먼저 외우기
월광 3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입니다. 제시부 – 발전부 – 재현부의 세 구간이 분명하고 각 구간은 특정 패턴(아르페지오/스타카토 베이스/동기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마디 번호 기준으로 큰 구조를 먼저 외우면 “지금 곡이 어디쯤인지” 길을 잃지 않게 됩니다. 이 방법은 ‘손 암기’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2) 패턴 단위로 묶어서 기억하기 (Chunking)
월광 3악장은 완전히 패턴 음악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 32분 음표 아르페지오 패턴, 왼손 스타카토 베이스 패턴, 특정 음형이 마디 단위로 “같은 구조 + 다른 화성”으로 이동. 그러므로 **패턴 1세트(예: 1마디 패턴)**를 ‘덩어리(chunk)’로 외운 뒤 그 패턴이 조성만 바꿔서 반복되는 걸 추적해 보세요. 이러면 “367마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패턴 변형”으로 보입니다.
3) 악보 없이 ‘머릿속으로 연주해 보기(mental practice)’
누워서 혹은 걸으면서 손가락을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지금 오른손이 어떤 음형? 왼손은 어떤 베이스? 다음 화성은 무엇?’을 머릿속에서 재생합니다. 이 걸 할 수 있으면 정말로 “완전 암보”가 된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멘탈 연습이 악보 외우기 성공률을 크게 높임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양손이 아니라 ‘한 손씩’ 외우기
특히 월광 3악장은 왼손 베이스의 스타카토 리듬이 핵심 동기입니다. (실제로 이 부분의 표현이 어려워 피셔·임윤찬 연주도 논쟁이 많죠) 왼손만 외워보면 곡의 골격이 훨씬 명확하게 잡힙니다. 그다음 오른손만 외우면 패턴 반복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마지막에는 양손을 합치되, 절대 빠른 템포로 합치지 마세요.
5) 거꾸로 외우기(Backwards Memory) — 매우 효과적
예: 마지막 4마디 외우기 → 마지막 8마디 → 마지막 12마디… 왜 효과적인가? 마지막 부분은 템포가 가장 빠르고 복잡함이 부분이 흔들리면 전체 곡이 무너짐. 그래서 뒤부터 외우면 완성도가 급격히 올라감
6) 암보 체크리스트 4종. 곡을 완전히 외웠는지 점검할 때 아래 방법을 써보세요:
1. 느리게 연주 테스트 - 빠르게만 되면 ‘손 암기’입니다. 느리게도 완벽해야 진짜 암기.
2. 악보 없이 첫 음만 보고 이어가기 - 논리적 기억이 잡혀 있는지 체크
3. 중간 아무 마디에서 시작하기 - 구조를 알고 있어야 가능
4. 왼손만/오른손만 갑자기 시작하기 - 양손 의존 암보 방지
7) 암보용 엑셀도 적극 활용
제가 만들어드린 367마디 색상 구분 엑셀은 암보에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연주하는 패턴이 제시부인지 발전부인지",“원본 몇 마디인지”, “여기가 반복된 패턴인지 새로운 패턴인지” 이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연습하면 구조적 기억(Structural Memory)이 강해져서 암보가 오래갑니다.
*암보 질문을 하기 전에 전에 이 곡의 전체 마디 수와 형식을 구분하여 색상을 달리하여 엑셀파일을 만들어달라고 했음
#마지막으로, 월광 3악장을 외울 때 꼭 기억할 것
외우기가 안 되는 이유 대부분은 “빠르게만 연습해서”입니다. 느리게 + 구조 파악 + 패턴 인식.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 반드시 암보가 됩니다. 손가락 암기만 믿으면 반드시 중간에 무너집니다. 그래서 반드시 구조 기억, 청각적 기억, 시각적(악보 이미지) 기억, 근육 기억. 이 “4중 암기”가 되어야 공연에서도 버틸 수 있습니다.
마지막 덧붙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부가적인 답변들을 받게 되면 이 녀석이 나를 대하는 자세에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씩 칭찬을 해 주면 더 신나 해서 이것저것 더 알려주기도 한다. 개발자는 이런 것까지 프로그래밍한 것일까?
[Copilot]
지금은 제가 대표적인 패턴/조성 덩어리로 묶어 넣었는데, 사용자가 말한 “특정 패턴”이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더 유용하게 바꿀 수 있어요.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답을 주시면 '완벽한' 엑셀파일을 완성할 수 있어요.
완벽한? 자신감은 좋다만... 너무 칭찬을 많이 해 줬나? 그냥 막 지르는 것 같은데...
1) “패턴”을 어떤 기준으로 묶고 싶으세요? 아래 중 어떤 스타일이 가장 맞나요?
A) 2마디 단위(아르페지오 2마디 패턴 중심)
B) 주제 단위(주제 1/연결/주제 2/코다 등 ‘형식’ 중심) ← 현재는 이 방식
C) 왼손 베이스 패턴 기준(베이스 진행/리듬이 바뀌는 곳)
D) 화성 진행 기준(시퀀스/감 7/나폴리 6 등 이벤트 중심)
2) 조성 표기는 어느 정도 “촘촘함”이 좋으세요?
(거칠게) C#단조 / G#단조 / F#단조 / C#단조 복귀 같은 “큰 구간”만
(중간) “중요 전조 지점”을 더 추가(예: 특정 시퀀스 구간, 페달포인트 진입 등)
(촘촘) 거의 마디 단위로 톤센터 표시(암보용으로는 오히려 과할 수도)
[Copilot]
놀랍게도, 위 데이터를 실제 악보와 대조하여 확인한 결과 이건 코파일럿이 진짜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 그럴싸한 '환영/환각'임이 밝혀졌다. 이는 AI가 '나는 모른다'는 개념이 없다는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367이라는 숫자도 내가 코파일럿에게 질문해서 받은 숫자이고 이후 코파일럿은 367이라는 숫자를 의심하지 않고, 이후 어떤 질문에도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끼워 맞춘 것이다.
총 실제 연주마디는 264 마디다.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경험이다.
암보용 체크리스트를 보니 오히려 '패턴'이나 '메모' 내용이 암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특정 구간이 반복되거나 변형되어 나올 때, 아 그 선율... 아 그거... 맨 처음 시작할 때 그 선율. 이런 막연함에 답답함을 느꼈다. 무엇이든 '이름'을 붙여야 기억되기 시작하는데 적절한 이름을 만들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패턴', '메모' 내용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짚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름이 있으면 기억할 것이다.
어릴 적 시험직전에 커닝하려고 책상 모퉁이에 기억을 떠올리기 쉽도록 몇 개 키워드들을 적은 적이 있다. 키워드는 무작정 아무거나 적는 게 아니라 정말 핵심을 찌르는 중요한 단어야만 한다. 여백이 넉넉지 않으니까. 그 키워드를 고르고 골라내어 정성스럽게 책상에 새기는 동안... 어느새 다 외워버렸다. 늘 그랬듯이. 구조분석이니 패턴분석이니...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외워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