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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맘 Sep 15. 2021

엄마는 어떻게 자기에 대한 건데 그걸 까먹어?

엄마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까먹는단 말이지? 이해불가 7살 딸의 질문

우리집 책상 위에는 작은 메모보드가 하나 있는데, 내가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가 무심코 적어둔 글이 하나 있었다. 


I'm potential. 


딸이 오며 가며 그게 자꾸 눈에 들어오는 지 당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말투로 혼잣말처럼 물었다.  


"Who wrote I'm potential?" (누가 나는 잠재력이있다고 써놓은거야?)


"엄마가 적었는데?"


"읭? 왜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왜요?"


"엄마는 potential 하니까?"


"what is potential?" 


"음.... 약간 I can do it? 이런 느낌? 아니면 I'm gonna be successful 이런 느낌이랄까?"


먼 발치에서 듣고 있던 10살 아들이 그것도 몰랐냐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Yeah~ man~?" (알겠니 꼬맹아~ 뭐 이런 느낌;) 


"그런 걸 왜 저기에다 써놨어요?"


"엄마가 자꾸 그걸 까먹어서. 기억하고 싶어서."


"All of us already know mum is potential, don't we?" (우리 모두는 엄마가 잠재력이 있다는걸 이미 다 알고 있는데요, 안그래요?) 


이번에도 멀리서 맞다고 맞장구치는 아들내미. 


"아 진짜?" (순간 감동받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함.. ㅎㅎ) 


"of course we do." 


"흠. 그렇구만." 


약간의 침묵. 


"근데 엄마! 


.

.

엄마는 어떻게 자기에 대한 건데 그걸 까먹어? 어떻게 그걸 까먹어~~~~~~ 에이~~~" (진심으로 매우 이상하다는 듯 말하는 딸.)


나는 순간 정곡을 찔린 것 같아 조금 슬펐다. 


"너는 네가 예쁘다는 걸 까먹을 때가 없어?" 


"응."


"아, 그래?"


"maybe?" (한 발짝 후퇴 ㅋㅋ)


"딸아, 그게 말이야. 어른이 되면 기억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져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쉽게 까먹어버려. 엄마는 너~~~~무 생각해야 할 게 많아서, 엄마에 대한 건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어졌어. 그래서 까먹지 않으려고, 기억하려고, 생각하려고 저렇게 써 둔거야. 사실은 별 생각없이 일하다가 갑자기 휘리릭 써버린건데, 아마 그래서 쓴 것 같아." 


"아하, 저기 써있으면 기억하기가 가장 쉬우니까? 오면서 가면서 그냥 딱 보면 생각이 나니까?"


"그렇지~"












#번외


설거지 하고 있는 내 밑에서 까부는(사고치는) 막둥이 동생을 봐주려고 다가와서 얼르고 달래주며 놀더니 갑자기 하는 말. 


"엄마. 나는 쑥이(6살 어린 막둥이 동생)가 없으면 definitely sad 였을 거야. 응. definitely!"


"아 진짜? 왜?"


"쑥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나를 always laugh하게 만들어. 그리고 funny야!" 


"그치? 좀 그렇긴 하지?"


"그래서! 쑥이가 없었으면 너~~무 재미가 없었을거야." 


잠깐의 침묵.


"근데 조금은 annoying 이야. 쑥이는 뭐가 뭔지 아~무것도 너무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는 꿈에도 상상할 수가 없겠지. 

그나마 걷지도 못하는 지금이 가장 less annoying 이라는 걸. ㅋㅋㅋㅋㅋㅋㅋㅋ


꿀이 뚝뚝 떨어지는 나의 막내즈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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