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며언 시키이신 부우운.

by 시안

해수욕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구불어진

해안가를 쭈우욱 따라가다 보면

여기가 바닷가 마을 끝인가 싶을 때

아주우 쬐그만 포구가 나온다.


그 포구 방파제 끄트머리엔

새빨간 등대가 서있다.


그날 방파제 위에는

젊은 청춘 연인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방파제 근처 위에서

낚싯줄을 담그고 동동 떠 있었다


방파제 빨간 등대 밑

젊은 청춘들.

그리고

그들 발 밑

방파제 맨 끝에 대따 크게 쓰여있는

파란 글씨는 이랬다.


동.


하.


반.


점.!


마라도에도 있는 짜장면집이

여기라고 없을쏘냐.


동하반점 사장님의 영업 의지를 보라.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짜장면 한 그릇을 팔아버리겠다는 저 단호함.


내래애

지구 끝까지 가서

짜장면을 팔아버리갓서.


동하반점 사장님이 방파제 끝에다

동. 하. 반. 점 네 글자를 쓸 때를 상상해 보자.


왼손엔 파란 페인트 통을 들고

오른손에는 페인트 붓을 들어

페인트 통에 한번 푹 찔러 넣은 다음

슥슥 페인트를 덜어내고서

삐딱한 방파제 바위 위에서 허리를 숙여

비장한 각오를 한 표정으로

두 입술을 말아 넣어 앙다물고

조심스럽게 한 자 한 자 썼을 것이다.


일단 호흡을 멈추고.


( 아 C. 글자가 너무 큰가?)

(좀 더 두껍게 쓸걸 그랬지?)

( 하. 자 옆에 너무 붙였네. 엠병)

( 에이이이 C. 너무 내려서 썼네.)


동하반점 네 글자를 다 쓴 다음은

쓰던 붓을 페인트 통에 홱 던지며

에헤애. 조졌네. 이거.

했을 거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동하반점 사장님 아내는

남편이 바다로 미끄러질까 봐 조바심을 내며 외쳤을 거다.

여보.

여보.

어어어어. 조심해. 조심해

바다로 미끄러질라.


그렇게 방파제 끝에 새겨진

동하반점이란 글씨는

곧.

즉.

짜장면 시켜라. 뜻이었고


방파제 제일 끝.

방파제가 바다에 빠지기 직전 위치에 새겨진

동하반점 글자 위치는

곧.

즉.

방파제 끝, 여기까지도 배달된다. 의 뜻이다.


내가 근처 배 위에서 동동 떠서 지켜보기에

그 방파제 끝에 쓰인 글자 위치가

마치

내래애

지구 끝까지 달려가 짜장면을 팔아버리갓서.

같아 보였다.


그다음.

짜장면 시켜라 하고 새겨놓은

동하반점의 전화번호는

7** - &♤☆♧ 였다.


젊은 청춘들이 짜장면을 시킨 모양이었다

방파제 긴 끄트머리에서부터

동하반점 오토바이가 손잡이 엑셀을 돌리며

부아앙 브아아앙 요란하게 달려왔다.


동하반점 배달 총각은

방파제 끄트머리를 향해 달려와서 외쳤다.

짜장며언 시키시인 부우운.


대한민국 모든 짜장면 집

배달 암호는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짜장면 왔습니다. 도 아니고

짜장면 도착입니다. 도 아니다.


짜장면 시키신 분 누구십니까. 라던지

짜장면 시킨 사람 누구여?

짜장면 당신이 시켰습니까. 라던지

긴말 필요 없다.

짜장면 시키신 분. 이면 끝난다.


동화반점 배달 총각과

젊은 청춘들이 만났다.

짜장면과 현금이 오고 간다.


동하반점 사장님은

방파제 끝에 위험하게 서서

동하반점 네 글자

페인트로 휘갈겨 써놓은 보람이 있었다.


내 성능 좋은

카메라가 그날 있었더라면

재밌는 사진 한 장

탄생하는 순간이었는데

아까비!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디에서든

짜장면집 배달 삼촌들이 외친다.


짜장며언 시키이 시인 부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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