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 1주일을 코앞에 두고 복직원을 제출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급작스러운 결정, 복직원을 제출하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져온다.
복직서를 제출한 첫 번째 이유는 너무 나태해진 나의 삶 때문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무얼했는지 손에 꼽아보려해도 남는 게 없다. 작년 3월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보다는 흘려보낸 것 같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딴다고 한 두 달 찔끔 학원 다닌 것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스마트폰하고 논 게 다다. 어린이집 적응하는 3월 초반에야 12시에 점심시간 끝나자마자 하원하러 데리러 오고 했지만, 이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다가 오후 6시까지 맡긴다.
이렇게 애가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잘 하고 저녁까지 있다가 오는데 내가 굳이 집에서 놀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일 하는 게 문제가 아니지, 회사가 문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을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 '회사' 때문이다.
스스로를 '노비'라고 자칭하는 직원들이 다니는 회사, 일을 해도 제대로 된 승진 및 보상을 해주지 않는 회사(내가 다니는 회사는 근속 10년이 넘은 직원들이 '대리' 직급에 정체되어 있는 회사다).
이런 회사에 다시 복직을 해서 '워킹맘'으로 다닐 용기가 없었다.
워킹맘 팀장이 오히려 워킹맘 직원을 더 하드하게 굴린다는 얘기가 휴직 중에도 들릴 정도인데, 육아휴직 중 내 생활이 아무리 편해졌다한들 선뜻 "회사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원을 제출한 두 번째 이유는 한정적인 육아휴직을 분할해서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1년만에 직원들이 복직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를 위해서 아껴두는 것이다.
모두가 육아의 진짜 고비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보다 훨씬 일찍 끝나는 12시 하교. 6년 후의 초등학교 1학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육아휴직을 아껴둬야 한다고 모두가 말한다.
그런 점에서 육아휴직을 2년째 쓰고 있는 나는 어찌 보면 미래의 후폭풍을 생각 안 하고 현재의 즐거움에 소중한 육아휴직을 모두 탕진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조기복직이라고 해봤자 겨우 원래의 복직일에서 한 달 겨우 앞당긴 것뿐이지만, 복직원을 낸 이후로 요즘 매일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복직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 이제 더 이상 아이의 등원을 봐줄 수도 없고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2월부터는 쫓기는 삶을 살게되겠지.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출근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남편은 나 대신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서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늦은 출근을 해야 한다.
집안일은 안 봐도 뻔하다. 한가하게 반찬을 만들 시간도 없을테고 빨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쌓일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종일 가시지 않는 피로에 쩔어지겠지.
나는 '워킹맘'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