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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Dec 16. 2024

계엄령, 탄핵 중에도 죽어도 정치글은 금지하는 맘카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얘기하는 게 최선?

맘카페에서 정치글은 금지다. 이건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대형 맘카페는 물론 지역의 소규모 맘카페도 '회원간 분쟁' '회원간 반목'을 이유로 정치글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12월 3일 밤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일시중지 되는 일시적 혼란이 이어지고 정말 가히 '충격'이라고 할만한 상황에 빠졌다.


그 와중에 어떤 맘카페는 "1주일간 계엄령 관련 글 허용"이라며 굉장히 관대하게 정치글을 허용하는 공지를 올렸다.


단 1주일간만 '정치글'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게시판은 정말 실시간으로 정부 여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고, 그동안 눌러왔던 분노를 표출했다. '2번 찍은 사람들 다 어디 갔냐'며 '2년 전 윤석열 대통령 되었다고 기뻐하며 글 썼던 사람들 어디 나와보라'는 글들도 속속 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여당 당대표의 말이 엎치락뒤치락 바뀌고, 대통령이 갑자기 기습적으로 담화를 발표하는 와중에도 맘카페 회원들은 오랜만에 허용된 '정치글' 허용에 깊은 안도를 느끼며 그간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냈다.


문제는 맘카페 운영진이 허용한 1주일 기간이 임박했을 때였다. 정치글을 써왔던 회원들은 "아직 탄핵도 되지 않았는데 탄핵 될 때까지만이라도 정치글 허용 기간을 늘려달라" "정치도 우리 삶의 일부다" "지금 이 시국에 정치글, 사회글 따질 때냐"라고 운영진에게 정치글을 쓰게 해달라고 읍소 아닌 읍소를 했지만 맘카페 운영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결국 계엄령 1주일이 지나고 모든 정치 관련 글들은 쓸 수 없게 되었다. 기존에 허용됐던 정치게시글의 댓글 기능도 다 막아놓은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보면 이렇게 1주일간 정치글을 허용해준 대형 맘카페가 갸륵하게 보일 정도로 지역의 소규모 맘카페 중에는 계엄령 직후부터 강경하게 정치글을 반대한 곳들도 있다.




그동안 오랫동안 활동한 적 없다가 이번 탄핵에 '열 받아서' 정치글을 쓴 사람도 '목적이 있다'고 보고 활동정지를 시키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당연히 이런 공지글에는 댓글도 달지 못하게 운영진이 막는다.


그럼 이런 카페에는 계엄령 이후 탄핵되기까지 어떤 글들이 올라올까? 그냥 늘상 그랬듯이 뻔한 글들이 올라온다. "오늘 뭐 먹었어요" "오늘 저녁 뭐 만들어 먹을까요?" "어디 맛집 다녀왔어요" 이런 글들.


계엄령과 탄핵 정국에는 그냥 눈 막, 귀 막 하는 사람들인 것마냥 '우리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얘기해요'라는 맘카페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계엄령 이후에도 계속된 대통령의 이상한 담화문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시각으로 목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맘카페만은 평온하다.


오프라인에서는 2030 여성들의 탄핵시위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도 2030 여성들이 회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침묵을 강요받고, 침묵을 해야 한다.


맘카페에서 밴 당하지 않기 위해 할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해야 하는 상황, 과연 맘카페는 누굴 위한 커뮤니티인가.


윤석열은 아직 탄핵 당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맘카페는 앞으로도 계속 조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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