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를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대폭 늘리고, 육아휴직을 해서 일을 떠맡게 된 직장동료한테는 포상금을 주는 등 그 내용이 다채롭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5일에서 20일로 늘어나고 2주 쉴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도 생긴단다.
보통 이렇게 새로운 육아휴직 정책이나 출산지원금 제도가 생기면 맘카페는 불이 난다.
벌써부터 맘카페는 올해 태어난 아이의 육아휴직을 내년인 25년 1월 1일로 미루고, 올해는 '버틴다'는 글들이 가득하다.
올해 10월 출산인데 나머지 2개월은 무급휴직으로 버텨도 괜찮겠냐는 문의글, 육아휴직 개시일을 25년도 1월 1일로 맞추기 위해 원래 세웠던 출산휴가 계획을 철회하고 최대한 막주까지 출근하게 되었는데 걱정된다는 글 등 '25년도 1월 1일'로 육아휴직일을 맞추기 위한 엄마들의 사투가 치열하다.
나 역시 25년도 예산안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 오늘 인사팀으로부터 "휴직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드린다"는 문자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안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난 또 소급적용 안 되겠네'하고 시큰둥하고 말았는데, 인사팀의 휴직 안내 문자를 받고 본격적으로 맘카페 글들을 보다 보니 굳이 내가 둘째 육아휴직을 지금 개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둘째를 낳으면 둘째의 육아휴직을 써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맘카페의 많은 엄마들이 "첫 애 때 남은 육아휴직으로 올해까지 쓰고, 내년부터 둘째 육아휴직 개시합니다"라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었다.
아, 나는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총 3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나는 첫 애의 육아휴직을 2년 쓰던 도중에 둘째를 임신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1년'의 첫 애 육아휴직이 남아있는 셈.
정부가 내놓는 단기적인, 출산'시'에만 내놓는 각종 혜택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돈의 단위가 달라지는 데 거기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는 없다.
첫 애 때를 생각해보자. 21년 12월 초 출산예정인데 22년 1월부터 '첫 만남 이용권'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서 얼마나 아까워했던가. 소급적용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괜시리 출산신고도 바로 안 하고 12월 말까지 버텨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소급적용에는 얄짤없는 대한민국 정부)
눈 앞에서 놓치고 아까워했던 '첫 만남 이용권'이 어느덧 24년 기준으로 첫 애 200만원, 둘째아이 300만원이 되었다.
첫 애 때 못 받은 '첫 만난 이용권'이었는데 올해 둘째를 낳고 300만원을 받게 되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운 좋게 받았군'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다.
지금의 25년도 육아휴직 급여 인상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일반회사를 다녀서 육아휴직 기간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혹은 둘째를 안 낳고 첫째만 쭉 기르고 있는 상황이었더라면?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아, 지금 애 낳는 사람들은 좋겠네'하면서 나는 왜 애를 기르면서도 정부의 지원은 못 받는 걸까 하고 나라탓을 했을지도 모른다.
매년 정부가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 해'에 타이밍이 잘 맞아서 출산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미 출산해서 아이를 기르고 있는 대다수의 부모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저 나는 절대 먹어볼 기회가 없는 '남의 떡'일 뿐.
정부가 정말 출산율을 올리고 싶다면 더 이상 부모들이 육아휴직 급여나 출산지원금의 혜택을 받았을 때 '아, 나는 올해 참 운이 좋았네' '올해 애를 낳은 덕분에 혜택을 받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항상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외치는 재택근무, 남자 육아휴직 의무화, 유연근무 등은 언제쯤 이 나라에 온전하게 정착될까.
그래서 나는 올해도 내가 '운 좋게' 인상된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본다. 인상된 육아휴직 급여를 내년 1월1일부터 받게 될런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둘째의 육아휴직은 올해 잠시 미루기로 한다.
더 이상 운에 기대는 육아 지원금 말고,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등하원 도우미 말고 내 손으로 아이를 하원시킬 수 있는 육아정책이 나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