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과 친해지는 데는 반 년의 시간이 걸리나보다.
누구이야기냐면 바로 우리집 '둘째'다.
둘째를 낳고 첫째 때와 같은 큰 감동을 받지 못해 둘째에게 시큰둥했던 나는 요즘 부쩍 둘째가 좋다.
첫 애가 미운 네 살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성질 바락바락 내는 첫째와 달리 나만 보면 해실해실 웃어주는 둘째가 참 예쁘다.
생후 7개월차에 접어든 둘째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눈이 반달 모양이 되도록 환하게 웃어준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집에 있는 동안은 잘 보채지도 않는다. 가끔 남편이 "둘째가 집에 있는지도 모르겠어"라고 할 정도로 우리 부부가 첫째의 투정을 받아주는 동안 둘째는 혼자서도 얌전히 논다.
둘째는 알아서 스스로 큰다더니, 이렇게 순한 둘째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둘째한테 성질이란 성질은 다 내던 '못된 엄마' 시기도 있었다. 통잠은 커녕 3시간 단위로 깨서 밥을 달라고 우렁차게 울어대는 둘째한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던 때가 있었다.
자정, 새벽 3시, 새벽 5시, 아침 7시 주기로 울어대는 둘째 때문에 어두운 주방에서 분유를 타며 짜증을 냈었다.
얘는 왜 이렇게 맨날 밥만 찾아대는 거야? 그만 좀 먹으면 안 돼? 도대체 둘째가 어디가 예쁘다는 거지? 왜 둘째는 사랑이라는 거야?
지금은 둘째한테 짜증내고 화냈던 게 미안할 정도로 둘째가 새벽에 밥을 달라고 칭얼거려도 예전처럼 밉지 않다.
둘째를 낳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했던 적도 있다.
"이미 첫 애 때 경험해서 그런가, 둘째가 뭘 해도 큰 감흥이 없어. 둘째한테는 더 인내심이 바닥이랄까. 한 번 경험해서 육아가 더 능숙해지는 게 아니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둘째한테 더 참을성이 없어져"
첫 애 때처럼 모든 게 신기하지도 않고, 이미 해봤기 때문에 '짜증' 버튼이 더 쉽게 눌리는 걸 경험했다.
둘째한테 사랑을 더 주기는 커녕 덜 주는 것 같고 첫 애 때 이미 다 해봤던 익숙함 때문에 둘째는 건너뛰고 마는 것들도 많았다. (가령 첫 애 때는 '미역 촉감놀이를 해주자!' '목튜브를 해보자' '집에서 100일 기념사진을 찍자' 등등 여러가지를 시도했지만 둘째에게는 해주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6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둘째가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워진 것이 못내 미안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구나.
둘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