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첫째와 유독 다른 점이 있다면, 보채는 게 엄청 심하다는 점이다.
첫째 때는 미처 못 느꼈는데, 둘째는 정말 하루종일 보챈다.
특히 '집에 같이 있는 동안' 더 보챈다는 게 특징이다.
시간제보육 등으로 '엄마'가 없는 동안은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 엄마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더 달라붙는다.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 동안 나는 집안일은 꿈도 못 꾼다.
같이 거실에 있다가 주방으로 잠시 이동했을 뿐인데도 아이는 무슨 생이별한 사람처럼 엉엉 울며 주방으로 기어온다. (15개월인 아이는 아직 걷지를 못한다)
첫째 때는 집에 같이 있으면서 집안일도 하고, 적어도 설거지 정도는 했는데 둘째와 같이 있는 동안은 아예 원천불가다.
특히, 가장 심한 건 잠을 잘 때다.
아이는 잠들기 전 내 머리끄덩이를 마구 잡아당기면서 잠에 빠진다.
안 그래도 출산 후 많이 빠져서 한 올, 한 가닥이 소중한 내 머리카락인데 매일밤 아이에게 머리채를 잡혀야만 한다.
내 머리끄덩이가 없으면 잠들기가 힘든 것인지, 아니면 내 머리끄덩이가 이미 애착인형이라도 된 것인지 내 머리채를 잡지 않고서는 그냥 잠드는 법이 없다.
엄마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면서 잠든 아기는 자는 동안에도 엄마의 머리끄덩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다.
오죽하면 새벽에 잠시 깬 아이를 다시 재우는 데 가장 특효약은 손으로 토닥여주는 것도 아닌, 입으로 내는 '쉬쉬' 소리도 아닌 내 머리끄덩이다.
새벽에 깬 아이한테 "그래, 옛다"하는 심정으로 내 머리끄덩이를 내어주고 나면 아이는 내 머리칼을 몇 번 앙칼지게 잡애차다가 다시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이부자리에는 밤새 아이에게 뜯긴 내 머리카락이 한움큼.
매일 밤을 아이에게 내 머리카락을 뜯기는 게 너무 짜증이 나서 소리를 버럭지른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진짜, 진짜 아프다)
아가야, 엄마 머리 좀 살려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