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걷다가 냇가에서 놀고 있는 오리 가족을 보게 되었다. 냇가에는 지난밤 내린 눈이 녹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아들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눈 오리를 만들어주면 오리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아.. 아니구나, 날이 따뜻해져서 친구가 녹아 없어지면 슬퍼하겠구나."
나는 대답했다.
"그것도 그렇겠다."
"그런데 그것도 오리 가족에게는 큰 축복일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사라짐에 공포심을 갖는다.
그러나 사라짐보다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https://blog.prozone.com/m/163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바라나시'에는 화장터가 가득하다. 힌두교인들의 시체를 태워 어머니 강이라 여기는 갠지스강으로 흘려보낸다.
전 세계의 배낭여행객들은 사라짐의 현장을 찾아온다. 그들은 사라짐을 통해 생생한 삶을 느낀다.
오리 가족들에게도 눈 오리의 사라짐은 바라나시 화장터의 힌두교인들과 비슷했을 것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순간 삶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넓게 펼쳐진다.
또한, 나라고 애지중지 여기는 것도 눈 오리와 같이 어떤 조건이 부합하면 사라질 뿐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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