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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30. 2024

137화 사대천왕 2



“네..?!”


“다시 살려준다고 이놈아.”


“정, 정말이십니까? 하.. 하지만 전 육신을 가지고 이곳까지 들어와 버려서 이승에는 육신도 없을 텐데요..”


“에휴, 그걸 니가 왜 걱정하냐. 지국아, 쟤 빨리 보내라. 다시 살려준다는데 뭔 질문을 하냐.”


어리둥절한 선준을 향해 지금껏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북방신인 다문천왕이 입을 열었다.


“가서 덕이나 더 많이 쌓고 와. 나중에 다 살고 여기로 돌아와 보면 알 거야.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어차피 인간의 생은 길어야 칠십 전후 아니더냐. 얼른 가보거라.”


“네.. 아, 알겠습니다.”


선준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순순히 대답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승까지 어떻게 다시 돌아갈지 아무것도 몰랐던 선준은 아까 자신이 넘어왔던 문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당연하게도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저기 아까 제가 들어온 문.. 어..?!”


선준이 다시 돌아보자 방금 전까지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사천왕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그들이 마시던 차 네 잔만 덩그러니 놓여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


‘덥썩’


순간 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에서 날아와 자신의 몸을 한입에 물더니 곧장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아앗..!”


‘이.. 이건 또 뭐야..’


선준은 꼼짝없이 입에 물린 채 하늘 위로 날아올라갔다. 곧 새하얀 구름 떼가 보였고 녀석은 구름을 뚫고 그 위로 올라갔다.


“으아앗, 눈부셔..!”


구름 위로 올라가자 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선준의 얼굴과 몸에 쏟아졌다.


‘이것도 사천왕이 보낸 건가..?!’


선준은 빛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긴 몸, 한쌍의 팔.. 그렇다면 이건 용인가..??’


선준이 추측하는 사이 녀석은 갑자기 다시 구름 속으로 급강하했다.


“으으으.. 으아아아아..!!!”


선준은 마치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정신이 아득해져 눈을 질끈 감았다.


‘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아앗’


녀석은 바람보다 빠르게 내려오다 말고 땅에 닿기 직전에 멈춰 섰다. 때문에 주변에는 큰 모래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곧장 고개를 쳐들어 선준을 살포시 바닥에 내려주었다.


녀석은 선준을 내려주자마자 곧장 하늘로 올라가 사라졌다.


하늘에서 땅으로 급하게 내려와 어지러워진 선준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 아..! 아재에!!!”


순간 선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자야..?’


곧 선준을 등에 행장이가 안겼다. 여기저기서 발소리도 들리는 걸 보니 다시 북악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겸세와 이무량, 정법 그리고 귀로와 소백 일행 등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선준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중상은 입은 천검 주변에는 월화와 수비가 천검에게 꼭 달라붙어 보호하고 있었고 근중은 다친 수하들을 챙기고 있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어떻게 강철이가 선준을 데려다 준거요?”


‘강철이? 용이 아니라 이무기였구나..’


겸세가 물었지만 선준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정법은 뭔가 눈치를 챈 얼굴이었다.


“혹시 사천왕을 만났소?”


“어, 어떻게 알았습니까?”


“뭐.. 그럴 것 같아서. 그래 다른 얘기는 없고?”


정법의 질문에 다들 선준에게 귀를 기울였다.


“사방악신은.. 모두 궤에 다시 가뒀다고 하더군요. 원래 거기가 있을 곳이라면서. 윤대감이 북방악신이 된 건 이미 계획된 일처럼 보였습니다..”


선준의 대답에 다른 이들은 모두 경악했지만 정법과 이무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재, 난 아재가 돌아와서 다행이다요..! 다른 건 모르겠고 얼마나 아재를 걱정했는디요..”


“그래, 자야. 내가 널 두고 어딜가겠냐. 이렇게 다시 돌아왔지 않느냐.”


곧 겸세가 이무량과 함께 선준에게 다가왔다.


“괜찮소?”


겸세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만, 아까 빨려 들어갔을 땐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지요.”


“하하하, 나도 내 기술에 빨려 들어갔다가 살아 돌아온 건 처음 봐서.. 신기하네.”


이무량조차 다시 살아 돌아온 선준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번쩍’


순간 사방에 빛이 사라지며 어둠이 내려앉았다.


“으아앗.. 이게 또 뭐야?!”


“빛, 빛이 사라졌어..”


선준과 일행들을 중심으로 일리 정도되는 지역만 마치 누군가 해를 가린 것처럼 어두워졌다.


“이건 또 무슨 징조야..”


‘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곧 하늘이 반으로 쩌억하고 갈라지더니 엄청난 덩치의 지국천왕이 걸어 들어왔다.


“저.. 저분이오. 아까 제가 만났던 분 중 한 명이..”


‘뭐야, 사천왕이잖아?’


정법은 지국천왕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기왕 만난 김에 할멈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준과 다른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 속에 지국천왕을 바라보았다.


지국천왕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은 동요가 없었지만 근중이나 천검 일행은 더 강력한 적이 나타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국천왕의 등장과 함께 그가 내뿜는 기운과 후광만으로도 사방악신 넷을 합친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국천왕님, 어떻게 이승까지 행차를..”


“정법, 자네도 잘 지낸 거지? 아, 할멈은 이제 잘 돌아왔다네. 이미 염라님도 만나 뵀을 거야. 걱정 말게.”


지국천왕은 이미 정법을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먼저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허허. 그런데 그럼 여기는 어쩐 일로..?”


“응, 아, 여깄 네. 거기 겸세와 이무량, 여기로 와보게.”


지국천왕이 부르자 겸세가 달려가려다 말고 머뭇거리는 이무량을 끌고 갔다.


“네, 아주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지국천왕님.”


겸세가 깍듯이 인사하자 지국천왕은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우락부락하게 무서운 얼굴이었지만 웃으니 나름 정감이 갔다.


“야, 이무량, 어서 인사 안 하고 뭐 해..?”


겸세는 시큰둥하게 서 있는 이무량을 향해 입을 다문채 조근조근 쏘아댔다.


그러자 쭈뼛거리던 이무량이 목례로 인사했다.


“오.. 오랜만에 뵙네요.”


“그래 오랜만에 나와보니 어떠냐?”


지국천왕의 질문에 이무량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좋죠. 뭐, 영체가 자유롭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다니. 이걸 모르고 오만방자하게 살던 때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국천왕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이무량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가 왜 너한테 기회를 줬는지 이제 깨달았지?”


“그럼요.”


겸세는 내심 긴장했다. 이무량에게 기회를 준 지국천왕이었지만 혹시라도 이무량이 반항하며 버릇없이 굴거나 지국천왕에 대항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이무량은 한 때 최악의 악귀였지만 지금은 악신을 넷이나 제압한 명실상부 가장 강력한 영체였다. 그리고 이는 모두 지국천왕의 계획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자, 그럼 다시 들어가야지?”


지국천왕이 겸세를 가리키며 물었다.


“더 살다와라. 그게 네 벌이다.”


이무량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유, 당연하죠. 안 그래도 이제 곧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그럼..”


“뭐냐?”


“사방악신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각 방위의 궤에 넣었다.”


“그럼 이제 조선은 안전한 건가요?”


“그런 셈이지. 하지만 이승과 영계에는 악신이 필요해.”


“아니 그건 도대체 왜..?”


“이승과 영계에 머무는 잡귀들, 망령들 그리고 악귀들을 다스려야지. 세상천지 만물에는 모두 역할과 의미가 있는 거야. 악은 선한 자를 선별하고 악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해. 덕분에 덕도 쌓고 업도 풀 수 있는 거지.”


지국천왕의 대답에 이무량과 겸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무량, 자, 다시 들어와!”


겸세가 이무량을 향해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래, 간다 가.”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츠아아아앗’


“됐다..!”


이무량이 겸세 안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지국천왕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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