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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 Oct 27. 2024

『미키7』,『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에 대한 단평

독서 단평

『미키7』

『미키7』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가까운 어느 미래, 인류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우주선을 개발하게 되면서 항성 간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우주 전역으로 뻗어나가 다양한 행성을 테라포밍(Terraforming) 하며 살아가는 진정한 우주민족이 된 것이다.


그렇게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한 행성 미드가르드(Midgard)에서는 또 다른 개척지를 찾아 떠나게 되는데, 이 우주선 '드라카'에 탑승한 '미키 반스'라는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미키'는 미드가르드를 떠나고 싶어했지만 항해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했던 그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역할에 자원함으로써 개척선에 합류할 수 있게 된다.


'익스펜더블'은 소모품 이라는 의미이다. '미키'의 모든 생물학적 요소들과 기억들을 데이터에 저장한 후 그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어 사망하게 되면 그는 복제본으로 재생산되어 다시 되살아나는 운명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새로 생산된 '미키'들에게 차례대로 넘버를 붙혀 '미키7'까지 당도하게 된다.

소설은 이 '미키 반스'를 포함, 이주민 약 200여명이 탑승한 개척선 '드라카'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해 그 곳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과의 갈등과 교감을 다룬다.


이야기의 흐름은 비교적 평범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미키7』은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익스펜더블'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력과 설정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등에 업고 호기롭게 써내려간 SF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집단이 하나의 목표를 무사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충실히 이행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개척선 '드라카'에서 '익스펜더블'처럼 필연적으로 더위험하고 궂은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 마치 우리 현실에서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드러내보이는 것 같다.


'크리퍼'들의 모습을 보아도 그렇다. 이들은 개체 하나하나에 지적의식이 없으며 '프라임'이라는 하나의 개체가 나머지 부속물들의 의식을 전부 관장한다. 이 모습이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며 때론 '크리퍼'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있는 독립된 지적생명체 이다. 지금도 전쟁으로 '소모'되고 있는 수 많은 군인들을 미디어로 접하며 인류가 아닌 국가라는 조직에 존속되어 있는 이 모순된 구조에 대한 허무함과 회의가 생긴다.

다시 태어나는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철학적 의미를 함구하고 있기도 하다. '테세우스의 배'는 판자와 밧줄등을 교체하며 긴 항해를 하게 되는데, 도착했을 때는 모든 조각이 교체되어 원래의 조각들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원본 '미키'가 죽고 다시 태어난 '미키2'를 과연 미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실존적 딜레마다. 


끈적이는 찌꺼기와 함께 ‘미키’가 재생탱크에서 뽑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 (머릿속에서 그려낸 이미지 이지만) 묘한 불쾌감을 가져온다. 실제로 아기는 이런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니까 말이다. 움직이는 고깃덩어리와 존중해야 마땅할 지적생명체를 가르는 경계가 과연 무엇일까. 


'미키'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마치 우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같은 유전자를 계속해서 몸에서 몸으로 운반하는 생체기계와 일치해보이기도 한다. 반복해서 다시 태어나도 계급(익스펜더블)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날 없다는 메타포를 형성하면서 말이다.


『미키7』은 <미키17>이라는 이름으로 곧 개봉한다. 이런 일련의 알레고리들이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세계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마치 봉준호를 위해 쓰여진 소설같다. 이 훌륭한 재료들을 갖고 과연 어떤 비전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진심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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