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서양 남자와 처음 침대에 누웠을 때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말이 있었다.
서양 남자들 건 크기만 컸지,
말랑말랑해서 별로야.
동양 남자들 게 훨씬 단단하다구!
그것은 과거 내가 만나던 한국인 남자 친구가 했던 말이다.
어쩌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만, 남자나 섹스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었던 당시의 나는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믿었다.
그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으므로.
그 사람을 오래 만난 데다 처음이었던 만큼, 섹스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그에게 배웠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섹스를 대하는 태도, 가치관까지도 그의 것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고 받아들였다.
당연하다.
그때까지 누가 나를 앉혀놓고 섹스가 이런 것이다, 가르쳐 줬겠는가.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만나 뭔가를 배우게 되면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가 했던 많은 말들이 진짜인 줄 알고 살았다.
섹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고, 누구랑 해야 하며, 그것이 가진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첫 남자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배워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걸 한국에서는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나 중요한 일을, 왜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배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는, 당장 스무 살만 되어도 급하게 필요해지는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하는 법, 근로계약서나 임대차 계약서 쓰는 법, 월세집 고르는 법, 보험 드는 법, 요리하는 법, 자신에게 맞는 취미 찾는 법, 사람 가리는 법, 돈을 버는 다양한 방법, 연애하는 법, 섹스에 대한 모든 것 등등…….
덕분에 첫 남자 친구가 만들어 준 섹스에 대한 틀을 깨고 스스로 경험과 지식을 쌓아 성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론을 말하자면, 발기한 서양 남자들의 페니스가 말랑말랑하다는 말은 낭설이다.
“발기”라는 생리현상은 아마도 만국 공통이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짐승도 발기하면 단단해지는데.
다만, 인종의 차이가 있는 만큼 페니스의 길이도, 굵기도 동양인에 비해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보니 관계 도중 강직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빠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기는 하다.
한국에 이런 낭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여전히 존재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첫 남자 친구가 했던 그 말이 너무도 강렬해 나는 아직도 종종 그 생각을 한다.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서양 남자들의 페니스와 섹스에 대해 그가 했던 모든 개소리에 하나하나 진실을 알려준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때는 그가 나이도 많고 어른스러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도 고작 이십 대 중반이었다.
경험이 많다고 늘 자랑하던 그 였기에 나도 그가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적으로 미성숙한 남자가 섹스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았을까.
서른 중반의 아줌마가 되어 그를 떠올려보니, 그는 그저 이십 대 중반이 되도록 섹스를 양적으로 탐닉할 줄만 알았지 진짜 섹스가 무엇인지는 감도 못 잡고 있던 애송이였다.
그는 게이도 아니었으면서 왜 꼭 서양 남자랑 자 본 것처럼 그들의 페니스가 말랑말랑하다고 믿게 된 것일까?
*이미지 출처 : www.aerztezeitung.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