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혼 7년 차이자 지난 7년 간 수많은 국제이혼 사례들을 접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크게 현지인 배우자, 이민자 배우자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나눠 생각해보았다.
국제결혼을 준비 중이라면 각자 자신이 해당되는 입장에 따라 갖춰야 할 마음자세에 관해 읽고 한 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현지인 배우자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
첫 번째는 이민자 배우자에 대한 이해심이다.
상대는 만리타국에서 나 하나 바라보고 넘어와 낯선 이 땅에 정착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다. 아무리 밝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이라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우울감이나 향수, 불면증과 같은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쉽지 않은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상대가 내 나라에 적응하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오래 걸려 내가 처리해줘야 할 일이 많을 수도 있다. 배우는 속도가 더뎌 보는 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 큰 성인이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힘든 것은 잘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 하는 이 현실을 매일같이 견디고 있는 당사자일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를 낮추고, 상대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참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상대를 감싸주는 따뜻한 포용력이다.
나에게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란 나라이다 보니 모든 것이 당연하고 편안하지만, 상대에게는 안팎으로 산 설고 물 선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외면한다면 나만 믿고 고국을 떠나온 외국인 배우자는 안팎으로 너무 외롭고 서럽다. 그러니 결혼생활이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더더욱 상대방을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는 상대를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이다.
가정 내에서 권력을 독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점점 별 볼 일 없어진다. 말투도 어눌하고, 혼자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외국인 배우자가 하찮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방이 지금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상대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그 어리숙한 모습과 고생은 지금쯤 내 몫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하기 위해 고국에서 자신이 가꿔온 삶을 포기하고 이민을 결정해 준 상대방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민자 배우자가 갖춰야 할 마음자세>
첫 번째는 자립심이다.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이 성년이 되면 간섭을 거둬야 한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대방은 나와 가정을 꾸리는데 동등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배우자가 아닌가.
그가 나와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내가 그에게 의존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제 몫을 다 하는 두 사람의 성인이 만나 가정을 꾸렸을 때 그 가정은 비로소 탄탄할 수 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의존적인 상태를 벗어나 스스로 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의연함이다.
자잘한 인종차별, 크고 작은 서러움, 마음속 깊숙한 외로움은 이민생활에 늘 따르게 마련이다. 남의 땅에 터를 잡는다는 게 그런 것이다.
언제까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의해 상처받고, 쪼그라들고, 주저앉아 울 수는 없다.
뭐가 좋아도 좋아 보이니 선택했을 외국행이지 않는가. 그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담담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주체적인 마음가짐이다.
결혼생활이 녹록지 않아질 때면 때때로 상대방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같은 한국 사람 만나 잔정 나누며 사는 친구들 보면 내가 어쩌자고 말도 안 통하는 이런 사람을 만나 사서 고생을 하는지 한탄스럽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민의 최초 동기는 비록 상대였을지라도 결국 이민을 선택한 것은 누군가의 강요도, 폭압에 의한 굴복도 아닌 나 자신의 자유의지를 따른 것임을.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삶의 주인 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네 번째는 책임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책임감이 없어서 함께 가정을 꾸리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적 교육을 받고 자란 서양인들은 오히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이 훨씬 강하다.
국제이혼으로 고통을 겪는 한국 여성들의 대다수는 오히려 결혼생활 동안 상대 배우자에게 자신이 맡았어야 할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더라도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두 사람이 함께 가져야 할 마음가짐>
첫 번째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이다.
나는 그가 아니고, 그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한 부딪히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면 모든 결혼생활은 지옥이다. 국제결혼은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문화 차이에 대해서 중요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이것은 국제결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일 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결국 "나는 나이고 그는 그"라는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또한 서로를 인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태도뿐이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문화 차이와 같은 현상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태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 자체를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네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든 난 상관없어."와 "나는 네가 가진 문화에 관심이 많고 배우고 싶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자는 무관심이고 후자는 애정이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상대와는 살면 살수록 거리감이 들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문화는 결국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는 큰 바탕이기 때문이다.
거주 국가가 아닌 상대방의 나라와 가족을 자주 방문한다거나, 거주국에서 사용하는 공용어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언어를 배워 배우자의 가족들과도 기본적인 소통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자녀를 갖는다면 더더욱 그러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감사함이다.
현지인 배우자는 나 하나 믿고 부모형제 떠나 기꺼이 낯선 타국으로 와준 이민자 배우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선택이니 항상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한다.
반대로 이민자 배우자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와 사느라,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고 있는 현지인 배우자의 노고에 늘 감사해야 한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기적처럼 인연이 닿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밑에까지 살게 된 두 사람이다. 서로의 존재를 늘 어여쁘게 여기고 사람 인연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모든 결혼에 필요한 덕목이다. 다만 국제결혼과 이민이라는 상대적으로 특수한 주제 때문에 방점이 찍히는 위치만 다를 뿐 국제결혼이든, 보통의 결혼이든 바탕은 똑같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사랑과는 아무 관계없는 하나의 제도일 뿐이다. 결혼제도의 본질은 계약이며, 계약은 애초에 주고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사랑은 계산이 아니라 희생과 헌신이다. 상대가 좀 더 편안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내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나로 인해 상대가 행복해한다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상대를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현지인끼리면 몰라도 외국 나와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결혼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아무 상관없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면, 결혼제도 없이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반면 결혼을 했어도 종속된 삶을 살면, 비참한 결말을 피하기 어렵다.
삶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한낱 제도가 아닌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국제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데 있어 이 결혼제도가 정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래로 내가 걸어온 길이 사뭇 힘들었다.
이 책은 혹시라도 내 뒤를 따라 걷게 될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내가 했던 수고 정도는 덜어주고 싶어 이정표를 세우는 심정으로 쓰게 된 것이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당신이 가려는 길이 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미리부터 겁먹고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발지가 같다고 목적지 마저 같으라는 법은 없다.
당신과 나라는 사람이 다르듯, 당신의 삶도 내 삶과 다르다. 그러니 부디 자기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본인이 선택한 길 위에서 배우자 손 꼭 잡고 당당하고 힘찬 걸음 옮기길 바란다.
<이 책이 나오는데 큰 도움을 주신 행복한 한독 커플 여러분들의 인터뷰 협조에 깊은 감사드리며, 이 책을 완독 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삶과 가정에도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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