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시간 확인을 위해 고개를 들었다. 오후 5시 42분 9초에 어디선가 들어온 빛이 이 벽시계를 잠시 비췄다. 평소에 관심조차 없던 이 벽시계가 그 어떤 디자인 보다 멋져 보였다. 그동안 진가를 몰라봤다.
완벽한 디자인은 화려함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평생 동안 봐오던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의 벽시계가 그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동그란 형태의 검정 테두리 안, 흰 바탕에 검은 숫자.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의 벽시계다. 현재 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릴 적 집에도 있었고 학교 강의실에도 있었으며, 사무실에도 있었다. 숫자 폰트의 변화가 종종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변함이 없다.
이 벽시계는 항상 같은 장소에 있었다. 난 주기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은 시간, 퇴근시간, 약속시간을 확인한다. 벽시계는 꿋꿋하게 시간만 알려준다. 자신이 너무 돋보이면 시간을 알려주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서인지 절대 화려하지 않다. 그냥 무심하게 할 일만 한다. 뚝심 있다. 존재감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것이 진정한 존재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