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게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서해의 해변가. 물이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해는 아직 넘어가기 전이다. 눈이 부셔 정면을 쳐다보기 힘들 때 땅으로 시선을 내린다.
그때 빛의 반영이 보인다. 물이 빠지지 않았다면 일렁이는 윤슬이 보였을 테다. 윤슬보다 더 묵직하고 차분해 보였다.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빛의 패턴은 울퉁불퉁한 바닥 덕분에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진을 찍고 결과물이 꽤나 마음에 들어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 한쪽 벽에 걸어 두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늦게 까지 일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이 사진의 빛처럼 여기에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이 사진은 인화되어 벽에 걸린 뒤에도, 한참을 기다려 완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