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가능합니다"

by root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에곤 실레)'을 찍고 있는 스마트폰 뒤에서 찍고 있는 나. 2024.12.27



"사진 촬영 가능합니다. 단, 무음으로 촬영하시고 플래시는 꺼주세요."

언젠가부터 전시장 입구에서 들리는 직원들의 안내 멘트다. 확실히 전시를 보는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예전 전시장은 괜히 고상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이 그것을 걷어냈다. 나는 그 변화가 나쁘지 않다. 덕분에 사람들이 몰리고 더 좋은 전시가 기획되는 선순환이 생겼다. 물론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휴대폰 카메라가 방해가 될 수는 있겠다. 다른 사람의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 피해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전시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을 만든 전시도 있다.

기록이 관람의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의 인증사진이 또 다른 이의 발길을 이끌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전시의 흥행이 이제는 피드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호불호는 여전히 갈린다. 작품 관람보다 사진 촬영이 더 우선시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예술의 문턱을 낮춘 것은 사실이다. 전시장에 사람이 가득 찬 풍경이 어떤 논쟁보다 명확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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