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 웹사이트에서 읽기 : https://bit.ly/3f3RbzK
서울경제라이프점프에서 읽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Z5H9Z7AAX
Intro.
때때로 일은 사람을 닮아간다. 그리고 사람도 일을 닮는다. 그렇기에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며 경험의 폭을 확대할 때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한다. 사회의 문을 힘차게 두드린 경력보유여성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란 종종 그들이 지나온 점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하지만 왠만해서 그들은 놀라지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육아전쟁에서 단련됐기 때문일까. 담대하고 의연하게,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
강지혜 이원코리아 매니저 역시 그런 경우다. 라이프점프와 루트임팩트가 공동 기획한 ’내일의 내:일‘ 여섯번째 인터뷰를 통해, 일을 통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혜 님은 재무 회계 직무로 13년간 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5년간 공백을 거쳐 작은 조직에서 같은 직무로 일을 시작하셨어요. 어떤 부분에서 성장한다고 느끼시는지요?
“제가 일하는 ’이원코리아‘는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universal) 디자인 ’브래들리 타임피스(보지 않고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판매하는 조직인데요, 제가 담당하는 재무회계 직무에서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계속 배워가는 중이에요. 규모가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어요. 최근에 저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팝업스토어 오픈과 박람회 참가 등의 일정이 있었는데, 저도 전시 방향성을 위한 논의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어떤 느낌의 인테리어를 하면 좋을지, 어떤 구성의 전시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를 한 거예요. 사실 저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고 의견을 내야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함께 고민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새 저도 열심히 제 의견을 말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해온, 이를테면 수익을 관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처음과 끝에서 전체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던 기회가 오히려 조직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안목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과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자칫 고립되기 쉬운 재무회계 업무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지요.”
-예전에는 회사를 후방 지원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최전선에서 회사와 좀더 함께 성장하고 계신 것 같아서 멋지네요!
“네 맞아요! 그 외에도 제 스스로 대인 관계 및 소통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MBTI를 해보면 외향적인 성향이에요. 하지만 직무 특성 상 혼자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내향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되면서 저를 좀 더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소셜벤처, 스타트업 분야에 몸 담게 되니 이 분야에 계신 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면서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을 이끌어 가는 지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대표님을 포함해서 동료들이 모두 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서로 이런 관심사를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더 동기부여가 되는 저를 발견하기도 하죠.“
-업무 안팎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계시는군요. 회사에 대한 지혜님의 애정이 느껴져요. 그동안 육아에만 집중하던 지혜님과는 다른 모습일텐데, 이런 모습이 지금의 지혜님의 육아에 가져온 변화가 있을까요?
“첫째로, 남편의 육아 고충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었어요. 저희 대표님도 아들 둘 육아중인 아빠거든요. 아빠의 입장을 간간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자들도 엄마 못지 않은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대부분의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육아에서의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겠더라고요. 그게 참 쉽지 않죠. 가끔 저 혼자 동동거리며 육아하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었는데 아빠들도 참 힘들겠구나...하는 동지애(?)가 생겼어요.
둘째로, 아이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육아만 했을 때는 오로지 어린이집에서의 아이 일과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나니 제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요. ’오늘 엄마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고, 출근할 때는 어땠고…‘ 등등 사소한 일도 공유해요. 처음에는 이런 엄마의 변화에 어리둥절했던 아이도 제가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면 저도 질세라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려요. 요즘은 묻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제 ’부재(不在)‘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줘요. 엄마가 일을 하면서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이가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가끔 회사에 아이를 데려가기도 해요. 엄마가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면 아이는 보다 쉽게 엄마의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여주더라고요.“
-육아에 전념할 때보다 일할 때 아이와의 교감이 더 잘 된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지혜님의 커리어는 지혜님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중요하겠네요. 장기적으로는 어떤 커리어를 계획하시나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게 저의 장기적인 계획이에요.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저는 오랫동안 선생님을 꿈꿔왔어요. 어쩌다보니 무역학을 전공하게 되고 회계 분야로 취업을 하면서 그 꿈과는 멀어지게 되었거든요. 한동안 이 분야에 열심히 매진하다보니 새삼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결혼 후에 다시 보육학을 공부하고 실습까지 마쳤어요. 회계를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이 언젠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내공이 될 것이라 믿어요.”
Outro.
지혜 님은 다시 시작한 ’내 일‘을 통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성장하고 있다. 경험의 폭이 증가한 만큼 오늘을 기반으로 한 ’내일‘의 꿈에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의 긍정적인 변화를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