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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맘 Oct 24. 2020

'노잼'을 직업으로 가지라고요?

자기들도 재미없는 일로 억지로 돈벌면서...

요즘은 뭐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아이가 효자 효녀라고 한다.

" 싫어요. 귀찮아요."

"이걸 왜 해요?"

"내가 왜 해야해요?"

그나마 말대꾸라도 하면 감사한거고 아예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암막 커튼 치고 안나오는 아이들도 많다. 그만큼  무기력에 지배당한 무기력과 동행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우리 아이는 되고 싶은 게 없어요.

우리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우리 아이는 잘하는 게 없어요.

우리 아이는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내가 만난 학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도 너무 바뀌어 정신이 없는데 설상가상 4차 산업혁명인가 뭔가가 나와서 지금껏 알고 있던 직업이 사라진다니 더 무섭고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애들도 아주 지겹긴 마찬가지다. 애들도 이제 주입식 꿈에 진저리가 난다.

 아니!!! 도대체 왜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알고 있는 직업이 공무원, 의사, 판사, 교사, 대기업 직원 이렇게 5개 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희망직업이 연예인과 운동선수 유튜버 그리고 건물주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똑똑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부적응자 아니냐고 반문한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위에서 언급한 저런 직업들만 강요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이다.  

다음은 내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다.

  


 

중3 여학생.

 엄마는 미술을 좋아하는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2때 친구 따라서 미술학원 다니는데 미술에 관심을 보인단다.

지금 입시 미술을 하기에도 애매하다. 인서울 상위권 미대를 가려면 실기도 실기인데 공부도 잘해야 한다.

 아이는 이 둘에 다 경쟁력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일단 이 엄마는 공부를 잘 하라고 설득하길 바랬다. 사실 나에게 컨설팅을 요청한것도.

애 마음 추르스로 공부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깊이 이야기 하면서 놀라운 걸 알았다.

 이 아이는 순수 미술보다 디자인에 더 강점이 있는 아이였다. 좋아하는 연예인 굿즈 디자인해서 판매하는데 너무 좋다고 행복하다고 한다.  돈도 그래도 (그애 기준에서 많이라는데 10만원 넘게 번거 같았다) 많이 벌고 좋았다고 한다. 나는 진짜 너무 대견스러워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폭풍 칭찬을 했다. 순간 아이는 살아났다. 매마른 고목나무 같았는데 갑자기 생기가 돌면서 그 이후 상담 진행이 잘 되었다. 아니, 그냥 놀고 뒹구는 애도 많은데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이 경험을 직접 한게 어디인가!!

 엄마한테 이 아이는 지금 입시 미술보다 차라리 하고 싶은거 하게 놔두시라고 했더니 엄마 표정이 더욱 안좋으셨다. 이 부분에서는 나는 실패한 교육컨설턴트다.

 그런데 이 아이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봤을 때 공부도 못하고 그렇다고 순수 입시 미술을 하기엔 무리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다. 나 말고도 전문가들은 비슷하다. 중학교 때 하는걸 보면 학습능력을 보면 인서울 대학 어느 정도까지 갈지 보인다. 이 아이는 이도 저도 안되기전에 차라리 엄마가 더 적성을 인정해주는게 좋을 거 같았다. 특성화고를 추천했는데 그 이후 엄마는 나를 불편해하시는거 같다.



고1 남학생.

부모님과 사람들에게 말하는 ‘대외적인 꿈’과 자신만의 ‘비밀스런 꿈’ 두 가지가 있다. 대외적인 꿈은 경찰이나 대기업 직원이었고 비밀스러운 꿈은 바로 ‘헬스트레이너’였다. 이 학생은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푸쉬업을 시키지도 않는데 100개 이상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헬스 관련 영상과 잡지를 보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또 살이 많이 찐 친구들의 다이어트에 조언을 해주고 친구들과 운동을 할 때 가장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나중에는 꼭 여자 연예인 PT 해주고 싶다고 서울에 올라 갈거라고도 그랬다. 나는 왜 이중적으로 꿈을 표현 하냐고 학생에게 물어봤다.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돈 많이 버는 것을 하라고 하세요. 제가 운동이나 헬스 관련 이야기만 하면 걱정하세요. 그걸로 돈을 어떻게 버냐구요. 취미로만 하는 걸 좋아하시죠. 다 그렇지 않나요?"

이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웠고 정말 착했다. 말투는 투박했지만 이미 오히려 어른들 부모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헬스트레이너가 뭐가 어때서? 연예인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운동을 도와주는 1급 트레이너가 되면 되잖아. 그리고 혹시 아니? 커브스(Curves)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운동 프로그램과 헬스클럽을 만들지도 모르지. 또 다이어트 식품까지 만들어서 다이어트 전문가 겸 헬스트레이너로서 세계적인 다이어트 전문 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줌바나 태보처럼 너만의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오래되서 넌 모를 수도 있는데 예전에 몸짱 아줌마도 다이어트 비디오로 일본에서 엄청 나게 돈을 많이 벌었는데. 미리 지레짐작 겁먹고 쫄지마.”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은 말이 많아졌다. 자기가 이런거 이야기 할때 무시 하지 않은 어른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다 개무시 한다고 했다. 학생은 생활체육학과나 스포츠레저학과도 가고 싶지만 나는 식품공학과에 가서 식품에 관련된 공부를 하는게 더 전문스럽지 않을까 하고 말해줬다. 운동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향후 다이어트 식품 연구까지 하면 더 기회가 많아질거 같았기 때문이다. 내 아들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할거 같았다.  이 학생은 자연스럽게 운동과 식이요법등 이 분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학생의 삶에서 이뤄지는 일관된 흐름의 콘텐츠는 바로 건강, 다이어트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코어 메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성공을 떠나서 그래야 긴 인생 행복하고 재미있다.





때로는 진로 교육이 왜 소용없냐면 애들 표현대로 정말 '노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관심은 주로 이런 것이다.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뇌구조 그려보면 온통 '돈' '돈' '돈' 돈 밖에 없다.

-어떻게 일 안하거나 적게하고 놀고 먹고 살 수 있을까?

-주식과 비트코인을 해볼까?

-어떻게 쇼핑몰이나 스마트스토어 (여학생은 화장품, 패션 쇼핑몰)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인기 유튜버나 BJ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 안만나거나 덜 만나고 내 방구석에서 편히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만 보고 방구석에서 편히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애플리케이션 하나 대박 터뜨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노래하면서 아니면 그림 그리거나 글쓰면서 세계일주도 하고 쉬었다가 노트북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할수 있을까?

(나름 디지털 노마드를 꿈꾼다)


 '스타일 난다'가 로레알에 인수되었을때 마침 진로수업을 하는 여고에서 어떤 여학생이 자기 일도 아닌데 본인이  큰 자부심을 느껴하던게 기억난다. 또  '보람튜브'가 건물을 샀을 때 어른들보다 오히려 애들이 그 뉴스를 아주 깊이 각인했다.  어떤 학생이 그랬다.


" 우리가 이상한게 아니라 어른들이 바뀐 세상에 부적응자 아닌가요? 공부로만 살아가는 세상은 끝났어요.

오버! 이츠 오버!! 자기들도 재미없는 일로 억지로 돈 벌면서."


 오버! 잇츠 오버!! 할때는 환불원정대의 제시가 튀어 나온줄 만 알았다. 그만큼 이 아이는 뭔가 세상을 벌써 깨달은 것만 같았다. 어른들보다 빨리.


오늘날 한국이 부유하고 세계에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나라가 된 배경에는 교육이 있었다고 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을 물려주려고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과 같이 암기하는 방법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입시 학원은 단순 사실만을 암기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기계가 잘하는 분야죠.
미래에는 예술, 창작, 창업 등과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면 창의적으로 일 할 수 있는 분야가 좋습니다.
이 분야는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잘하면 수백만 명에게 다가갈 수도 있죠.
예를 들면 비디오 하나로 유튜브에서 10억 뷰를 돌파한 가수 싸이처럼 말이에요.
이처럼 재밌고 창의적이며 흥미를 끄는 일은 수요가 매우 큽니다.
MIT 경영대학원 에릭 비욘욜프슨 교수가 한국을 향해 외친 조언



 




 어린 시절 ‘개미와 배짱이’라는 동화를 읽고 나면 어른들은  개미같이 근면 성실하게 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배짱이는 나름 '아티스트'이거나 ‘디지털 노마드' 또는 '욜로족' 일수도 있다. 인생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을 수도 있다. 개미처럼 사는 것만이 인생사에서 완벽한 정답만은 아니다.  배짱이가 게을러 보이지만 음악을 만들어 저작권 수익으로 오히려 더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개미처럼만 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솔직히 인생은 시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에 딱 정해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개미든 배짱이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에 따라 삶을 사는 것이고 결국 선택과 책임은 온전히 자기의 몫이기에 는 오히려 자기주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더 강조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일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일을 통해서 보람을 얻고 자아실현을 하기를 원한다. 일 속엔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중요한 것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자녀가 진심으로 꿈을 찾길 바란다면 부디 제발 부모부터 바뀐 세상을 적극 받아들이고 고정관념을 버리길 바란다. 무엇보다 자기 인생을  여유있게 성찰할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노잼 인생을 꿀잼 인생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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