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떠다니는 털보숭이가 있었다.
거친 들판 위를 구르거나
차가운 아스팔트에 납작 엎드리기도 하고
시커먼 입속 같은 시궁창 아래로 또르르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세월이라는 뭉근한 불에 달구고 익혀
드디어 딱딱한 껍질을 뚫고 깊이 뿌리를 내린 그는
보드라운 바람에 리듬을 탈 줄 아는
촉촉한 여린 잎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초록빛으로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16년차 직장인/ 책 수집가/ 디지털 노마디스트/ 가장 좋아하는 것 : 딱복(딱딱한 복숭아) / 장래 희망 : 서점 주인 혹은 사설 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