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바람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바람이 불어옵니다.
내 뺨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자신이 왔음을 알립니다.
하지만 이 바람은
내가 기다리던 바람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바람은
해가 떠오를 때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습도,
포근한 온도와
꽃향기를 머금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결심합니다.
이 바람에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내가 기다리던 바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기다리는 그 바람은
어쩌면
세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상 속의 바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녹슬어 갈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정말 바라던 바람이 불어와도
이미 굳어버린 몸은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바람개비입니다.
어떤 바람이든
잠시 몸을 맡기고
빙글,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바람이
당신이 바라던 것이 아닐지라도
어쩌면 그 바람이
당신이 바라던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도와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