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통해 발견한 시간을 벗어나 사는 방법

# 에릭 사티 - 짐노페디 제1번 Erik Satie / Gymnopéd

by 로랑쌤


시간을 벗어나 사는 것은 가능한가?


시간의 개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이 개념의 유래를 살펴보면,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 가운데 하나로,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흐름이나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라 측정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는 물리적 시간으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시간을 말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로 '기회의 신'으로 불린다. 이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으로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자 '결단의 시간'을 의미한다. '카이로스'는 무엇인가 발생하게 되는 창조적 순간을 뜻하며, 이 시간은 우리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카이로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보기도 한다. 이러한 '카이로스'의 시간과 유사한 개념을 서동욱 작가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 인간의 삶에서 빛나는 한순간이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언제인지 사람들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줄도 모른 채 지나쳐버린다. 옴베르토 에코 소설 <푸코의 추>에서 이런 순간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결정적 순간, 생사를 정당화하는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간 줄도 모른 채 평생을 ‘결정적인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 수도 있다 “

-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작가


이 두 가지 시간의 개념에 따라 인간은 시간을 따라가는 삶을 살 수도 있고, 시간을 벗어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흐르는 시간을 따라가는 삶을 살아간다. 반면에 '카이로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그 순간을 붙잡고 창조하는 시간을 벗어나는 삶을 살 수 있다.


우리의 삶에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단순히 '크로노스'시간으로 스쳐 지나가느냐, 아니면 그것이 '카이로스'시간임을 인지하고, 기회로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는 결국 개인의 통찰력과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카이로스’ 시간을 인지하고, 우리의 삶과 운명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한 가지 방법은 ‘나눔’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삶의 자리에 던져져 살아가게 된다. 어떤 이는 풍요로운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하고, 또 어떤 이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부유하게 태어난 사람이 특별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이 보잘것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주어져 버린 삶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이다. 나눔은 이 평등함을 실현하는 깊은 실천이다.


최근에 경험했던 ‘나눔’의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매일 방과 후 수학 문제를 들고 찾아오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닐 수 없어 독학으로 공부하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다음 날 수학 선생님께 질문하곤 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다소 힘들고,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단 한 번도 귀찮은 기색 없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그렇게 두 사람의 문제 풀이 시간은 몇 달간 지속되었고,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수학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이 일화를 시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학 선생님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의 '크로노스'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그 학생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눔을 받은 학생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카이로스'시간을 선물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나눔의 선순환이며,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창조되는 '결정적 순간'이자 '결정적인 기회'인 것이다. 이처럼 나눔은 단지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조적인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주체적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고 싶다면, '나눔'을 실천해 보라.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 나눔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음악 추천 : 에릭 사티 - 짐노페디 제1번 Erik Satie / Gymnopédies No.1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아이들>